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9 조회수1,058 추천수10 반대(0)

원숭이에게 지금 먹고 있는 바나나를 가난한 원숭이에게 나누어 주면 천국에서 바나나를 원 없이 먹을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원숭이는 그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원숭이는 지금 눈앞에 있는 바나나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숭이는 천국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상상을 합니다. 많은 이들이 같은 상상을 하면 그것이 신화가 됩니다. 사람들은 신화를 위해서 함께 일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신화 때문에 목숨을 바치기도 합니다.

 

외국에 있을 때입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해졌습니다. 기꺼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이 신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협동할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신앙을 가졌습니다. 같은 신앙은 같은 신화를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비록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손을 잡을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고,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같은 신화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 못하고, 치타처럼 빨리 달리지 못하고,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를 갖지 못하고, 곰처럼 힘이 세지 못하지만 인류가 이 지구별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상상력신화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신화를 우습게 생각했습니다. ‘단군신화도 그냥 옛날이야기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신화가 우리 민족을 오천년 이상 이끌어 온 것임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신화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준 것입니다.

 

건설회사에서 모델 하우스를 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제 곧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사장님은 어느 날 퇴직을 앞둔 건축기사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재료는 아끼지 마시고 최고의 모델 하우스를 만들어 주세요.’ 건축기사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의 사장님은 나를 퇴직하는 날까지 일을 시키는 구나.’ 그러면서 엉망인 재료로 대충 모델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퇴직하는 날, 사장님은 직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모델 하우스는 그동안 회사를 위해서 헌신하신 건축기사를 위해서 마련했습니다.’ 사장님의 말을 듣고 건축기사는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그런 줄 알았다면 정말 최고의 집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축기사는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였고, 엉망인 집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성서는 말을 합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늘 감사하십시오. 항상 기도하십시오.’ 우리는 이 성서의 말씀을 재료로 삼아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기다림의 영성입니다.

 

서울교구에서는 1990년부터 2000년대 복음화를 위한 소공동체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이들은 소공동체 운동이 실패하였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소공동체 운동은 아직도 서울교구를 비롯해서 한국 교회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도 사목국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함께 했었고, 강의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소공동체의 4가지 요소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말씀, 나눔, 지역, 사람입니다. 소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힘든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개인 사연을 나누었더니 그것이 외부로 발설이 되었다거나, 세월호 문제로 노란리본을 착용하자는 문제로 논쟁이 있었다거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지역으로 모이기 힘들다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지금 교회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소공동체 운동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얼굴에 얼룩이 졌을 때, 거울을 보면 얼룩이 보입니다. 그것은 거울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룩이 묻은 얼굴의 문제인 것입니다. 거울을 깨트린다고 얼룩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에 묻어있는 다양한 얼룩들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거울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소공동체라는 거울이 신화가 될 때,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소공동체가 실패했다고 진단하기보다는 소공동체라는 장에서 말씀으로 오셔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이 신자들 안에서 어떻게 역사하고 있는지 바라보고, 성령이 함께 하심을 느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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