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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마리아는 서둘러 갔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0 조회수954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5년 다해 대림 제4주일


< 마리아는 서둘러 갔다 
>


  
복음: 루카 1,39-45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마리아는 서둘러 갔다 >

 

1950년 겨울, 시카고의 어느 빌딩 옥상에서 빌 조운즈라는 사나이가 투신자살을 기도했습니다. 그 동기는 신경쇠약과 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한때는 그의 사업도 크게 번창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급격히 사업을 확장하다가 부도수표를 남발한 탓으로 결국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털어놓고 근심걱정을 나누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내를 실망시키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도저히 수습해볼 도리가 없게 된 조운즈는 채권자들의 극성에 견딜 수가 없어, 옥상 4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맨 아래층의 창밖으로 튀어나온 차양을 뚫고 길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만 다쳤을 뿐, 상처 하나 입지 않았습니다. 의식을 회복했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아내는 남편을 위로하며 앞으로 미래에 대해 신중이 상의해 주었습니다. 이후 빌 조운즈는 비로소 시야를 넓게 하고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었고, 건실한 사업가로서 다시 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상의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싶어도 혼자 하느님처럼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완벽하신 하느님도 인간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것입니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중심적 생각이 꽉 들어 차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되어보니 신자들도 사제에게 무언가 도움을 구하는데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끔은 자살 직전의 아주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야 상담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 근저에는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는 교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도움을 청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모두 자신을 버리지 못한 자기 중심주위에서 비롯됩니다.

 

애플의 창시자이자 모든 경영자들의 모델이 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성공 비결 중 중요한 한 가지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도움을 요청했는데 거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한 단계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12살 때 HPCEO인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부에서 팔로알토에 살고 있는 빌 휴렛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저는 고등학생인데요.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혹시 남은 부품이 있으시면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빌 휴렛은 아이의 당돌함에 껄껄껄 웃으면서 요청하는 부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해 여름 휴렛 패커드에서 잡스가 주파수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해주었습니다. 잡스는 그 일을 할 때 매우 큰 행복감을 느꼈고 그 경험으로 인해서 계속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일을 성취하는 사람과 그런 일을 단지 꿈꾸기만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신 뒤 곧바로 서둘러 유다 산골 마을에 사는 엘리사벳을 방문하십니다. 그리고 성모님의 인사를 들었을 때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 그녀의 태중의 아기까지 뛰놀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이미 예언돼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천사가 엘리사벳의 남편 즈카리야에게 성소에서 발현하였을 때 아기가 태중에서부터 이미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을 예언해 줍니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루카 1,15)

주님께서는 이미 성모님을 통하여 엘리사벳에게 성령을 부어주시어 그 태중의 아기까지 성령으로 세례를 받게 할 것을 계획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서둘러엘리사벳에게 가셨다면, 주님께서 우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서둘러 도와주실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찾아가신 것은 당신 뜻이 아니라 주님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직접 엘리사벳에게 성령을 부어주실 수도 있었지만 주님은 우리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하시지 않으십니다. 이는 마치 당신이 직접 성모님께 나타나시어 성령으로 잉태하게 하시게 해도 되지만 가브리엘 천사의 도움을 청하여 그 일을 수행하도록 하신 것과 같습니다. 이는 놀라운 신비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피조물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신다는 것입니다. 피조물의 도움을 통해 또 다른 피조물을 도와주실 준비가 되어있으신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시골에서 도시로 통학을 하였습니다. 통학시간이 하루에 세 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몸이 지쳤는지 고 3, 2학기 때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시골에서 올라온 저에게 신경 써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명이 들리고 집중이 안 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학력고사 두 달 남겨놓을 때까지 점수는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 학교 친구에게 저의 상황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왜 그걸 이제야 이야기하느냐며 빨리 정신병원에 가 보라고 말 해 주었습니다. 저는 정신병원이라면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온전치 못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더 진지하게 자신도 비슷한 증세가 생겨서 1년 전부터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전교 1등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믿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정신과에 가겠다고 말했더니 매우 걱정을 하셨습니다. 어쨌건 상황이 절박한지라 학교 밑에 있는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니 성적이 더 떨어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학력고사 시험 날까지 그렇게 약을 먹으며 버틸 수 있었고 간신히 대학에 붙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우리를 도와주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고민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고민이라 여기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아직 자신에게 고민이 아닌 것입니다. 아랫배가 차면 화장실에 가야합니다.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그것이 화장실에 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변이 독이 되어 자신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 결국 극단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도 인간의 도움을 요청하셨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라는 상본이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십자가와 수난 도구들을 보며 무서워 당신께 달려드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받쳐주는 성화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얼마나 겁났는지 신발 한 짝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가 우리를 도와주시는지 알았습니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하느님을 도와주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하느님도 영원으로부터 당신을 도와줄 협조자인 성모님을 필요로 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물론이요 누군가에게든 도움을 청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해결하지 못하는 습관이나 어려움을 반드시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쳐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빨리 고민으로 인정하고 누구에게든 털어놓으십시오.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사실 해결할 마음도 없는 것입니다. 도움을 청함이 겸손이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도움을 청하십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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