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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스테파노, 그는 비록 왕따를 당했지만 /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6 조회수718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구내식당에서 혼자 점심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혼자 식사하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종종 받는다. 혼자가 뭐 그리 이상한가? 여럿이 또는 혼자 먹을 수도 있는 것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혼자 먹는다고 이상히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혼자일 때, 누가 옆에 와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자연 새로운 친구도 사귀리라.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혼자 먹는 사람을 측은히 보는 눈길이 있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 왕따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외톨이가 된 것은 아닌가?’라는 나약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며, 혼자 있는 이를 왕따 시키려는 폭력적인 우리네 나쁜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게다.

 

스스로가 왕따 당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스테파노는 그 죽는 순간까지 부활하시어 승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기도하다가 끝내 왕따를 당했다. 그는 사람들이 돌을 던질 때에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서 자신의 이름의 뜻인 ‘화관’처럼 첫 순교자가 되었다.(사도 7,59) 그는 초대 교회의 사도들이 뽑은 부제로 그리스도를 피로써 증언한 첫 번째 순교자가 되었다.

 

예수님에 대한 유다 지도자들의 증오가 극에 달했던 불과 얼마 전에 유다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선포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어 놓을 각오가 없으면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무엇이 그를 그처럼 변화시켜 놓았을까? 일곱 봉사자로 뽑힌 스테파노에게는 그리스도가 삶의 전부로, 그에게는 주님 이외에 그 어떠한 것도 의미가 없었다.

 

모든 관심사는 오직 그분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죽는 순간까지 주님께 의지하며 기도할 수 있었고, 목숨 바쳐 증언할 수 있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폭력을 주님 때문에 견디었다. 그리고는 자기를 돌로 치는 이들을 위하여 애타게 기도하였다. 그는 자기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주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순교의 첫 월계관을 썼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오10,17-22)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앞으로 제자들이 당할 고초를 미리 알려 주신다. 당신 때문에 증언할 것을 성령께서 그때에 미리 알려 주신단다.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받는 미움을 끝까지 견디는 이는 반드시 구원을 받을 것이란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박해의 시대란다. 이는 신앙의 선조들이 받았던 박해 때보다 영혼에 있어서는 더 치명적이다. 그 치명적인 칼과 몽둥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박해로 우리 영혼을 위협한다.

 

예수님 때문에 왕따로 고통 받으면서도 법 없이 사는 분들이 주위엔 참 많다. 그들은 그런 차별을 자신은 물론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삼았다. 왕따 당했기에 이루어 낸 깊은 하느님 사랑을 생각해 보자. 고독한 왕따를 이겨 내고 싶은가? 어느 이름 없는 랍비의 말을 듣자.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할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왕따의 폭력에 굴복하지 말고 나를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되자. 예수님만이 나의 구원자라고 믿음을 고백하며 기도하다 끝내 왕따 당한 스테파노의 순교정신을 본받자.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수님도 분명히 말씀하셨다.

 

오늘은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이다. 그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공식 순교자이다. 아기 예수 탄생 대축일의 다음 날인 오늘을, 교회의 첫 순교자를 기념한다는 것은 참으로 뜻 깊다할 게다. 어제는 탄생을 경축하였고 오늘은 그 반대의 순교를 기념한다. 어제는 생명을 노래하였고 오늘은 그 끝의 죽음을 묵상한다. 어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분을 생각하였지만 오늘은 정반대인 땅에서 하늘로 가신 분을 기린다.

 

이처럼 우리의 눈으로 볼 때 딱 비교가 되는 어제와 오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탄생 안에서 순교와 죽음을, 스테파노의 순교 안에서 생명과 탄생을 보아야 한다. 교회는 성탄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의 ‘성탄’, 곧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구하는 데에 힘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념하는 것이다.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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