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7 조회수1,108 추천수13 반대(0)

본당에 계시는 신부님들은 이번 성탄이 무척 분주할 것입니다. 성탄미사를 봉헌하고, 바로 이어서 주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교우 분들도 함께 바쁘실 것입니다. 성탄미사를 참례하고, 이어서 주일미사를 참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계속되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교구청에 있기 때문에 조금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탄절에는 서초동에 있는 힌물결에서 사랑의 입맞춤이라는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외국의 좋은 가곡과 오페라의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멜로디와 가사를 함께 음미하니 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성악가들의 훌륭한 노래도 좋았지만 공연을 기획한 대표님의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건물에서 공연을 준비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는 관객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성탄절 도시의 화려한 불빛에서 즐길 것들이 많을 것인데, 이렇게 공연을 보기 위해서 찾아주신 관객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들의 몸도 있는 것이라 이야기 하면서 대전의 성심당제과점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앙심이 깊었던 제과점의 주인은 성당의 종소리가 듣고 싶어서 잘되는 제과점을 정리하고 허허벌판의 성당 옆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웃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당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서 옮긴 제과점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주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허허벌판이었던 성당 주위는 새로운 도시로 발전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었다고 합니다. 팔고 남은 빵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주인은, 단순히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주인의 아드님도 아버님처럼 매일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빵을 만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눈다고 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의 심정을 생각합니다. 아마도 외로움과 쓸쓸함이 밀려 올 것 같습니다. 허전함과 아쉬움이 함께 할 것 같습니다. 배우가 텅 빈 객석을 보면서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다시 한 번 대본을 보고 대사를 외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관객들, 박수를 치는 관객들에 대한 기억 때문 일 것입니다. 함께 공연을 준비한 동료들 때문 일 것입니다. 그래서 외롭지만, 힘들지만 다시금 무대에 서는 것입니다.

 

주일 저녁, 교우들이 모두 돌아간 텅 빈 성당에서 묵상할 때가 있습니다. 감실에 모셔진 주님을 바라 볼 때가 있습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 또한 교우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 미사에 다시금 교우들이 성당을 찾을 것이고, 이번 주에는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송년미사가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기억, 추억, 상상력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러한 기억 때문에 외로움을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있기에 지금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빛바랜 사진을 보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모든 추억, 기억, 상상력이 시작되는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가정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소중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혀지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비가 오는데, 키 큰 사람하고, 키 작은 사람이 우산 하나만을 가지고 비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키 큰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작은 사람이 비를 맞게 되고, 키 작은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큰 사람이 비를 맞게 됩니다. 서로가 키가 다른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탓하면 둘 다 불행해 집니다. 또 서로를 탓하다 갈 곳을 못 가게 될 수도 있죠. 해결 방법의 하나는,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을 업고, 키 작은 사람은 우산을 들면, 비 맞지 않고 갈 곳을 가게 될 뿐만 아니라, 둘이서 서로의 믿음과 나눔의 경험을 창출해 낼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고 또 함께 해결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게도 됩니다.”

기도와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 그리고 신뢰를 통해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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