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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끄러운 지난 삶일지라도 /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31 조회수943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 처음에 말씀이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1-5)

 

그분께서는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그렇게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진정 하나도 없다. 오늘 우리는 시간이 지나가 버린 뒤에야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곤 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과 맡겨 주신 일들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 해의 끝자락에 와서 깨닫는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만난 사람들 모두가 귀한 선물이었다.

 

오늘 각 성당에는 송년 미사를 봉헌할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미사 봉헌이다. 사실 주님께는 한 해, 마지막, 송년이라는 이 말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분은 ‘오늘, 지금 그리고 여기에’ 언제나 계시기에. 사람들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만들어 그기에 의미를 부여할 따름이다. 올해에도 우리에게는 억울한 일이 참 많았다.

 

이제는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겠다. 그것이 ‘빛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다. 그분을 따르면 모르는 새에 ‘밝은 기운’이 찾아든다. ‘감사의 마음’이 생겨난다. 그리하여 거침없이 ‘빛의 길’을 걸어가게 한다. 전능하신 주님이시다. 이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사다난(多事多難)의 2015년 한 해가 저문다.

 

원로 조각가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미완성이 많은 게 이해가 돼요. 예술품에는 완성이란 없는 겁니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작업을 멈출 뿐이지요. 더는 손댈 수 없다고 느끼는 시점이 있어요. 영감이기도 하고 욕심을 버리는 때이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미완성이 곧 완성이지요.” 그분의 표현에서 예술에는 이런 완성이 없는 미완성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미완성은 아직 못 다한 말이 있고, 못 다한 표현이 있어, 들리지 않는 언어와 보이지 않는 형상을 더 채워야 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더 채워야 하지만 더 채울 수 없고, 더 표현해야 하지만 더 표현할 수 없는 그 자리는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에 미완성은 아름다운 것 같다.

 

누군가 우리 인생도 예술이라고 했다. 예술가가 미완성의 작품을 두고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경험하리라. 더 성장하고 더 성숙해지고 싶지만 늘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이 모양으로 주님께 갈지도. 우리 인생을 예술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미완성의 삶을 살기 때문이리라.

 

열심히 의미를 부여하며 살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루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우리 미완성의 그 자리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채워 주시리라. 나약함의 한계로 불완전한 우리를 ‘가장 완전하신 그분’께서 채워 주신다. 못나고 죄스러운 삶을 살아도 여전히 우리가 아름다운 이유가 이것일 게다. 한 처음 ‘흙의 먼지’로 우리를 만드신 그분께서 그 본래의 완성된 모습으로 채워 주시기에. 그래서 우리의 미완성은 그분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완성이라고 여겨도 분명 이해가되고도 남으리라.

 

한 해를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자주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고, 우리 자신을 내세웠는지? 세상의 권력이나 명예, 금전 따위에 대한 욕심은 주님을 등지고 우상 숭배에 빠졌다는 구체적인 증거일 게다. 그 어리석은 욕심으로 생명을 경시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자주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는지 모른다.

 

거듭 반성하지만, 지난 한 해는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예쁜 알곡 같은 날들도 있었지만 멀리 치워야 할 시든 풀 같은 날들도 분명 있었다. 하느님 앞에서 신나게 노래 부른 날들도 있었지만 하느님을 잊고는 원망하고, 그분을 피해 가며 살았던 나날들도 종종 있었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며, 그 안에 함께 계셨던 그분께 감사드리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한 해의 마지막에 제대로 해결되어 깨끗이 마무리된 것 보다, 여전히 숙제로 남는 게 더 많다. 부끄러운 지난 삶일지라도 상처에 새살이 돋듯이 그분께서는 새해에도 여전히 새로운 기운을 꼭 불어넣어 주실 게다.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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