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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 토/ 하느님의 징검다리로 사는 행복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1 조회수1,341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대 바실리오와 성 그레고리오 주교학자 기념일 요한 1,19-28(16.1.2)


“그리스도는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시다.”(요한 1,27)



John the Baptist's Testimony to Himself





하느님의 징검다리로 사는 행복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면서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설교했습니다(루카 3,3.8). 유다인들은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그에게 보내 그가 누구인지 알아봅니다. 누구냐는 그들의 질문에 요한은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엘리야도 예언자도 아니다”(요한 1,19-22)라고 정직하게 증언합니다.

요한은 자신이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1,23)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는 “그리스도는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시다.”(1,27)라고 말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께’ 눈길을 돌리도록 이끌었습니다. 회개는 요한 자신이 아니라 구세주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요한은 자신이 오시는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심부름꾼임을 분명히 인식하며 행동하였습니다. 그는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1,27),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3,30)라고 말합니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뚜렷한 자아정체성을 지니고, 자기 위치에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철저히 살았습니다. 그에게 위협을 느낀 헤로데는 결국 그를 죽여버립니다.

요한은 “육체를 따라 살지 않고 하느님의 영에 따라 행한 영적인 사람”(성 바실리오, 성령론)이었고, “하느님께서 우리가 당신을 원하고 사랑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음이 분명합니다.

숨돌릴 틈조차 없이 바삐 돌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살아갈 뿐 아니라 하느님 앞에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영적 치매'를 앓고 있는 듯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으면 뭐라 답하시겠습니까? 실제로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살아내지 못하면서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 학벌과 부, 외모, 과거의 경력과 업적을 늘어놓는다면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말로 장식하는 내가 아니라, '실제로 사는 만큼의 나'를 나라고 답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요한처럼 늘 자신을 하느님 앞에 두고 그분의 말씀을 경청함으로써 자신이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라는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신앙의 성숙은 하느님이 나의 주인이시며 나는 그분의 보잘것없는 종임을 인식하고 그런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처신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지닌 재능과 재물, 지식 등에 종속되거나 의존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님의 제자라는 자아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분과 일치할 수 있도록 겸손하게 나 자신을 감출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리스도께로 건너가도록 돕는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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