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 박사 셋이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신 아기를 경배함으로써 메시아가 온 인류에게 드러나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축일은 신앙인들로 하여금 세상과 다른 이들 앞에 하느님을 보여주는 삶을 살도록 초대합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구세주의 탄생에 대하여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세 부류들에 주목해봅시다.

•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해박한 지식으로 메시아 탄생에 대해 설명면서도 관여하지 않습니다(2,4-6). 그들은 자기들만의 메시아상에 갇혀 출생지를 찾아나서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틀 안의 하느님만 찾고 있었고 , 지닌 사회적 지위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 헤로데는 메시아의 탄생 사실을 알자 자기 권력에 위협을 준다고 생각해 아기를 죽이려고 작정합니다(2,3-4.7.12). 그의 마음속에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소유욕과 명예욕, 그리고 메시아 앞에서조차 임금으로 군림하려는 교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 이들과는 달리 동방박사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알아보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들고 찾아가 아기 예술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합니다(2,9-11). 그들이 가지고 온 유향은 하느님을, 황금은 임금님을, 몰약은 죽음의 운명에 놓여 있는 인간을 고백한 것으로 봅니다.

동방박사들은 사실 영혼의 갈증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표상입니다. 그들이 걸었던 베들레헴을 향한 여정은 우리의 인생길과 같습니다. 따라서 참으로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고, ‘다른 이들을 구원과 행복에로 인도하는 별빛이 되려면’ 그들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메시아의 오심을 알아보았으며, 별의 인도에 자신들을 맡겼고,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합니다 (2,10). 우리도 계산속에서가 아니라 거룩한 단순성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에 정신을 팔지 말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들에 기뻐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내 힘을 빼고, 내 생각을 내려놓고 주님의 이끄심에 맡기는 가난한 마음이 절실합니다.

또한 동방박사들은 ‘메시아의 탄생’에 희망을 두고 ‘멀고도 험한’ 길을 걸었습니다. 이들처럼 우리도 중요한 것을 위해 모두를 버리고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빛을 발견할 수 있고, 그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땀흘리지 않고, 고통 없이 쉽고 편하게 행복을 손에 넣으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겠지요.

동방박사들은 헤로데로부터 “아기를 찾거든 알려 달라.”(2,8)는 부탁을 받았으나 그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계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습니다.”(2,12) 우리도 그들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권력이나 돈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처신해야겠습니다.

한국의 사회현상과 삶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각종 지표들은 답답함을 넘어 우리를 암흑속으로 내모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함께 손을 맞잡고 서로를 다독이며 빛이신 하느님께 나아갑시다. 또 동박박사들처럼 가난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천상의 가치에 기뻐하고, 고난을 감수하며 하느님의 뜻을 꿋꿋이 실행하는 빛의 자녀들이 되도록 용기를 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