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공현 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7 조회수1,221 추천수15 반대(0)

저는 사목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기 위해서 왔다. 여러분 중에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 째가 되도록 하시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성소 후원회 모임이 있으면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덕동 본당 성소후원회 모임을 찾아가려 합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1999101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적성 성당 본당 신부로 갔었습니다. 겨울에 복사를 서는 아이들이 제의실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6학년 아이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너도 춥냐! 4학년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자 6학년 아이가 말을 하더군요. 젊음이 좋기는 좋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웃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는 모두 어린이와 같은 것은 아닌가?

 

또 하나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미사 참례 인원이 5명이었습니다. 하도 많아서 물어보았습니다. 한분은 해설, 한분은 독서, 2명은 복사, 한분은 저의 어머니였습니다.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오늘 고덕동 본당 공동체와 성소후원회에도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시간이 햇빛을 만나면 역사가 되고, 달빛을 만나면 신화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작은 디딤돌이 되면 좋겠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파도가 밀려온다고, 사나운 파도가 친다고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습니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어쩌면 그 파도를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6년 우리의 삶에도 많은 파도가 밀려 올 것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게 되고, 때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웃과 헤어지기도 하고, 사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열심히 성당에 다니던 남편이 별 이유 없이 성당에 나가지 않을 때고 있고, 성당에는 가지 않으면서 결혼은 성당에서 하고 싶다는 아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삶의 파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물속에서 파도를 즐기는 물고기처럼 이왕 피할 수 없다면, 우리들 또한 삶의 파도를 받아들이고, 그 파도 속에 녹아있는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좋은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형제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히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이 형제가 아님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 묶인 이, 감옥에 갇힌 이, 억울한 이, 절망 중에 있는 이들이 바로 형제요 자매라고 말을 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은 연탄 한 장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어릴 때, 연탄을 갈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인은 연탄하나를 가지고도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냅니다. 연탄구멍을 잘 맞추어야 하고, 적당한 때에 새 연탄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온 몸을 뜨겁게 달구어 새 연탄에 불을 붙여 주고, 자신은 다 타서 재가 되어 버려지는 것이 연탄입니다. 하지만 연탄은 방안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예전에는 연탄불에 음식도 해서 먹었습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신앙의 시작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