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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작아지는 만큼 커지시는 분 / 주님 공현 후 토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9 조회수810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성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직면하는 중요한 질문은 ‘예수님이냐?’, ‘나냐?’ 하는 물음일 게다. 매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으려는 집착 때문에, 우리는 내 안에서 ‘그분’을 몰아내고 그 영광의 자리에 온통 ‘나’를 자리 잡게만 한다. 마음 밑바닥에서 예수님과 경쟁을 벌여서 내가 이기고자 애쓴다. 이러다보니 믿음의 삶을 산다고 하지만 어떤 때는 그 도가 지나쳐 결국은 허무한 영적인 패자가 되기가 일쑤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요한은 자신의 위치를 이처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는 때와 분별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리 때문에 ‘어정쩡한 삶’을 살고 있는지? ‘저 자리는 내가 가야 한다. 저곳은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다.’라면서 착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하지만 대게는 모르긴 몰라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세례자 요한은 이 과정을 극복했다. 그러기에 ‘그곳’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그는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외쳤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실력 있는 사람’도 머리를 숙이리라. 물론 실력 있다고 모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닐 게다. 머리를 꼿꼿이 하고 다니는 이들도 더러는 있더이다. 실력과 함께 ‘겸손을 갖춘 이’만이 자신을 낮출 줄 안다. 그런 이는 어디에 있든 표가난다. 내면의 빛이 겉에 드러나는 것이기에.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알이 찼기에. 하지만 ‘설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숙이고 싶어도 못 숙인다. 알이 차지 않았기에.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학식이 높고 명성이 자자하더라도 고개 숙일 줄을 모른다면 ‘설익은 벼’와 전혀 다를 바 없으리라.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이것이 요한의 정체를 말해주는 가장 함축된 말일 게다. 서서히 떠나갈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그는 알았으리라.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루카 7,28).’라고 세례자 요한을 칭찬하셨다. 어느 누가 예수님께 이런 말씀을 들을 수가 있을지?

 

예수님께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할 때에 세례자 요한은 떠날 때를 읽고 있었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어쩜 두 분은 경쟁적인 관계일 것이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신 또래이신 데다가 친척이셨고, 두 분 다 자신의 방식으로 제자들을 모으시고 가르침을 주셨기에. 그렇지만 가끔 광야에서 금욕 생활을 하며 세례를 베풀던 요한이 훨씬 더 멋진 구도자처럼 보인다. 먹고 마시며 떠도신 예수님보다 요한이 많은 이에게 더 큰 존경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진작 자신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가리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마음을 비운 요한은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란다. 실제로 ‘모든 자리’는 주님께서 주셨다. 요한은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였기에 겸손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릇이 큰 겸손한 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만 낮추면 ‘큰 그릇’으로 비칠 수 있는데, 가끔은 이를 외면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만 한다. 겸손을 잃기에 ‘주어진 은총’마저도 잃곤 한다. 결과는 자리에 연연하는 옹졸함이다. 추한 자아로 늙어 가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소유는 그분께서 주셨는데.’

 

이것을 안다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식도, 건강도, 행복도. 그래야만 주님께 감사하는 자세가 정녕 넓어지리라. 큰 그릇의 사람이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자신의 연륜을 자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가 되어야만 진정으로 믿는 이의 자세임에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작아지는 만큼 커진다는 진리를 기필코 터득하자.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질 때에 예수님은 더욱 더 커지실 것이다.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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