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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0 주일 세례 받은 사람다운 삶의 향기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9 조회수1,044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님 세례 축일 루카 3,15-16.21-22(16.1.10)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The baptism of Jesus



 

세례 받은 사람다운 삶의 향기 

오늘 복음은 요한의 증언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발현을 통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선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고 메시아로서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오늘의 축일을 지내면서 세례 받은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먼저 세례 받은 나는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고, 그분 마음에 들며 하느님으로부터 성령과 힘을 받은 사람으로서(이사 42,1; 루카 3,22; 사도 10,38) 모든 이의 빛(이사 42,3)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세속의 정신이나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예수님을 중심에 모시고 주님의 영(靈)에 따라 살아야겠습니다.

틈만 나면 내 생각이 앞서고 내 뜻대로 살려고 하는 ‘육’(肉)의 경향에 휩쓸리곤 하는 우리입니다. 주님의 영을 지니고 살려면 끊임없이 말씀을 경청하고 되새기며, 기도하면서 자신을 하느님 앞에 두어야겠지요. 주님의 뜻을 따를 것인지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마다 내 생각과 의지를 내려놓는 수행을 시작할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과 늘 함께 계셨습니다(사도 10,38). 세례 받은 나는 이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조차 ‘더 많이’, ‘더 빨리’라는 무의식의 작동에 자신을 내맡겨버리는 오늘입니다. 성인(聖人)이 되지 못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들은 말씀을 망각해서이고, 늘 함께 계시는 주님을 잊은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 하나만 새기며 살아도 영적 성숙은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세례 받은 나는 무엇을 실행해야 할까요? 주님의 종처럼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며, 성실하게 공정을 펴고 세우며 살아야 합니다(이사 42,3-4). 곧 다른 이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의로운 일을 행하며 바른 인생을 사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세월호 침몰로 죄없이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숨소리가, 비정규직과 실직에 내몰린 이들과 농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가진 자와 힘 있는 이들의 부당하고 불의한 처사에 억울해 하는 이들의 분노가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스미며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 땅에서 신앙인의 자리는 어디일까요?

세례 받은 우리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과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해방시켜 주도록 불림 받았습니다(이사 42,7). 예수님처럼 우리도 평화의 복음을 전하고(사도10,36), 좋은 일을 하며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고쳐 주어야겠습니다(10,38).

주변을 둘러보면 묶이고 매이고 맺힌 이웃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옥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워 떠나고 싶은 오늘의 한국의 상황을 ‘헬조선’(Hell+ 朝鮮)이라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누가 어디에서 묶이고 갇히고 맺혀 울부짖고 슬퍼하며 고통받고 있는지 사랑 지극한 눈으로 살피며 다가가, 자유와 해방이 되어주셨던 예수님을 삶으로 선포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잠시 멈추어 세례 때의 약속을 회상하고, 세례 받은 나의 소명에 좀 더 충실하도록 마음을 다지며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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