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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0 조회수917 추천수4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1월 8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Lord, if you wish, you can make me clean.”
Jesus stretched out his hand,
touched him, and said,
“I do will it. Be made clean.”
And the leprosy left him immediately.
(Lk.5,12-13)
 
 
제1독서 1요한 5,5-13
복음 루카 5,12-16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다음 주 11일에 강화도의 갑곶순교성지로 갑니다. 솔직히 이번 인사 발령을 받았을 때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안식년 전에 이미 교구청에서 5년간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본당 신부로 발령 날 것으로 예측했었거든요. 더군다나 갑곶순교성지는 초대신부로 2003년부터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갔었던 곳을 또 다시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제들이 교우들과 함께 생활하는 본당신부를 원합니다. 저 역시 신학생 때 꿈 꿨던 사제상은 본당신부로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본당신부가 아닌 특수사목을 한다고 하니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나 묵상 중에 이 부분을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만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이제까지 제게 나쁜 것을 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어서 왜 이런 시간을 주시냐고 불평불만을 던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만 지나서 그때를 떠올리면 바로 저를 성장시켜준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즉, 주님께서는 제가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시간을 선물로 주셨던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만을 앞세우다보니 정작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을 그 순간에는 하나의 무거운 짐으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하고자 하는 것을 원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만을 원하면서 못된 마음, 안일한 마음, 죄로 기울어지는 마음 등등 주님께서 싫어하는 마음들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너무나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땅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소중한 선물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 앞에 나와 이렇게 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 저를 낫게 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아니었습니다. 나한테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주님께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하고자 하는 것을 먼저 원했던 그에게 사랑의 주님은 분명한 선물을 베풀어주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이제는 세속적인 기준을 내세우며 원하는 것만을 청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정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청하고 따르려 할 때, 늘 좋은 것만을 주시는 주님의 소중한 선물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언제나 행동이 영감을 낳는다. 영감이 행동을 낳는 일은 드물다(프랭크 티볼트).


이번에 사제서품을 받은 새사제들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교황 프란치스코)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과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예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 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거리고, 노쇠화 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고 하던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서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고통인 것을...!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습니다. 싸워서 모든 일이 잘 된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이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낮춰 논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 보다 더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됩니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정말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입니다.

교황님의 이 글을 보면서 내 것이라고 하면서 가지려고 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는 욕심들, 또 여기서 파생되는 이기심들. 주님의 것을 마치 내 것인 양 탐내는 우리의 모습이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로써 행복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내가 가지려고 했던 것들은 줄이고, 대신 주님의 것을 더 많이 만들어 드렸으면 합니다.


서품 미사 때 누가 저를 이렇게 찍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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