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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0 조회수1,206 추천수7 반대(1)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1월 10일 주님 세례 축일
 
After all the people had been baptized
and Jesus also had been baptized and was praying,
heaven was opened and the Holy Spirit descended upon him
in bodily form like a dove.
And a voice came from heaven,
“You are my beloved Son; with you I am well pleased.”
(Lk.3,21-22)
 
 
제1독서 이사 42,1-4.6-7
제2독서 사도 10,34-38
복음 루카 3,15-16.21-22
 
언젠가 어떤 동화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볼 때마다 마음에도 들지 않고, 보기가 싫어져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기 그림자를 버리고 싶어 했지만, 걸을 때마다 그림자가 꼭 따라붙은 것입니다. 그럴수록 그는 점점 더 빨리 걸었고, 그만큼 그림자는 빠르게 따라왔습니다. 그는 더 빨리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 역시 기를 쓰고 더 빨리 따라왔지요. 결국 그는 그림자를 피해 도망가다가 지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자신의 그림자가 정말로 싫다면 그림자가 생길 수 없는 어두운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니 그 그늘 속에서 충분한 휴식도 취할 수가 있었겠지요.

그런데 현대인의 모습이 마치 앞선 이야기의 주인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일이라는 그림자에 쫓기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무엇입니까?

“바쁘다, 바뻐.”

며칠 전에 어떤 분으로부터 인사이동 전에 식사나 한 번 하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날짜를 잡으려고 일정표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무엇인가가 있는 것입니다. 인사이동을 위해 짐을 싸야 할 시간조차 없어보여서, 나중에 기회를 만들자고 하면서 약속을 미뤘지요. 그런데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니 충분히 시간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인해서 단 한 시간도 낼 수 없다고 단정 지었던 것이지요. 저 역시 ‘바쁘다.’ 병에 걸려서 여유 없는 생활을 한 것입니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을 쫓다보면 사랑, 평화, 행복, 희망 등의 가치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실제로 여유 있는 삶 안에서, 그리고 묵상과 기도의 삶 안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더 많이 찾았었음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심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으로 굳이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는 분이십니다. 그런데도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를 위해 직접 모범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아무런 죄가 없기에 세례를 받으실 필요도 없지만, 나약함과 부족함을 안고 있는 우리 인간들은 회개하고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세례를 통해서만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기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직접 세례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이 주님의 사랑 가득한 배려를 기억하면서, 이제는 세상의 바쁜 흐름 속에서 정말로 중요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삶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하느님과 함께 하면서 중요한 가치들을 우리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담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 평화, 행복, 희망 등의 소중한 가치들이 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해당하는 소중한 가치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날그날이 일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이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라(에머슨).


어제가 먼저 하늘나라에 간 제 동창신부의 기일이었습니다.

 

서두름에서 벗어납시다.

‘서두름은 악마가 고안한 것이다.’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서두름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서두름의 이유가 세상의 일을 하다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는 듯이, 정신없이 세상의 일만 하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며 허탈감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일 좀 덜 할 걸”이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고 하십니다. 세상일에 서두르다가 중요한 가치들을 놓쳐 버렸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고 있는 저로써는 혼자 식사할 때가 많습니다. 식사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한 10분이나 될까요? 혼자 식사를 하다보면 아무리 천천히 먹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면 어떨까요? 묵묵히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한다면 분명히 1시간 가까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두르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이웃들과 함께 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소중한 가치들을 내 마음에 가득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동창신부 기일미사에 함께 했던 신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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