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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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시고자만 하신다면 /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4 조회수714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마르 1,40-42).’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셀 수 없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감상했을 불후의 명작 ‘벤허(Ben Hur)’ 영화의 한 장면이다. 나병에 걸린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병 환자들과 함께 어느 동굴에서 마치 짐승처럼 모여 사는 처참한 모습을 담았다. 그 모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아들, 오빠를 만났지만, 얼굴을 마주하지도 반갑게 포옹도 해 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숨어야 하는 기구한 모습이 영화에서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결국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나병이 말끔하게 치유되는 해피엔딩이지만 나병 환자들의 버려진 현장이 기억되는 모습이리라.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한다. 자신의 아픔을 보아 달라는 청원이다. 당시는 누구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율법마저 그들을 외면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온몸으로 다가가는 애절함이다. 이를 어찌 주님께서 외면하실는지요? 간절한 그 마음이야말로 언제나 기적의 전제 조건이 될 게다.

 

“스승님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저를.” 정말 애틋하고 겸손한 간구이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대시며’ 말씀하셨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만지시며 기적을 베푸신 것이다. 그는 감동했고 뜨거움이 온몸을 휘감는다. ‘병이 낫지 않아도 좋다. 사람대접 받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했던 그에게 치유의 은총이 내려진다.

 

이렇게 악령을 추방하시고 병자를 치유하시는 일로 말미암아 예수님 주변은 인산인해이다. 가난하고 악성 질병으로 고통 받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 이유는, 첫째는 예수님께서 마음만 써 주시면 낫지 못할 병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고, 둘째는 ‘공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민초들의 솔직한 처지였으리라. 예수님의 이런 치유 능력은 어디서 난 것일까? 병자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공유하는 연민과 측은지심이다.

 

그분께서는 언제나 먼저 우리에게 사랑을 주셨다. 그러기에 그 사랑의 유전자를 우리도 가지고 있을 게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늘 고백하게 된다.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서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고 그 맥박으로 말미암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 사랑의 코드로 말미암아 하느님을 알게 된다. 내가 진실한 사랑을 내보낼 때 나의 사랑은 하느님의 창조성을 복구시키는 치유의 기적이 된다.

 

하느님의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람에게는 연민이 그 사랑이다. 다른 이의 아픔과 눈물과 고난의 처지에 공감하고 배려할 때의 마음과 행동을 사랑이라 한다. 예수님께서 베푸신 치유의 기적, 그 힘은 바로 병자를 측은히 여기시는 이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사랑은 측은한 처지에 있는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리라. 그분께서 이렇게 내게 손을 내미실 때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삶을 살아야만 할 게다.

 

예수님은 절박한 고통을 가진 나병 환자를 치유하셨다. 나병을 당연히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할 이라며 천벌이라 여겼던 당시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예수님은 그에게 자비를 베푸셨다. 이것이 예수님을 통해 보여 준 하느님 사랑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믿는 이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나병 환자의 말을 이제는 우리가 묵상 속에 새겨야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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