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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하느님의 손길이 가련한 인간의 상처에...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4 조회수1,100 추천수14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의 손길이 가련한 인간의 상처에...


 

자비의 해를 보내며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크신 자비에 대해 자주 묵상합니다.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하느님의 자비를 손에 잡힐 듯이 설명하고 있는 교과서가 있는데...그것은 바로 복음서입니다.


 

예수님께 주어진 시간이 사실 너무 짧았습니다. 공생활 기간이 딱 3년이었습니다. 우리가 다 체험한 바처럼 어물쩍하다보면 어느새 5년 10년이 후딱 지나가지 않습니까? 세월이라는 것 마치 손에서 떠난 화살처럼 그렇게 빨리 지나갑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께 허락하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루 한 순간이 아까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침식까지 잊어가며 그렇게 복음 선포를 위한 당신의 발길을 재촉했던 것입니다.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여러분들, 혹시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에겐가 무릎을 꿇어본 적이 있습니까? 무릎 꿇는다는 것 이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정말이지 특별한 표현입니다. 마지막 남아있는 알량한 자존심, 사람들의 이목, 수치심... 다 내려놓고 간절히 청하는 절박함의 표현이 무릎 꿇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과는 달리 당시 나병환자들은 인간세상으로부터 추방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병 확진과 동시에 나병환자들은 죽은 사람 취급을 당했습니다.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인간 사회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성 밖에서 움막을 짓고 짐승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그저 모진 목숨 떨어지지 않아 하루하루가 괴로웠던 사람들이 당시 나병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런 나병환자의 측은함, 안쓰러움, 절박함 앞에 예수님의 마음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의 내면은 금방 상대방을 향한 연민의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나병환자가 오랜 세월 겪어온 그 끔찍한 고통이 내 일처럼 여겨진 예수님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예수님의 손은 자동으로 나병환자의 환부에 가 닿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감격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라만상을 다스리시는 천지의 창조주 하느님의 손길이 한 가련한 인간의 냄새 진동하는 환부에 가닿습니다. 정말이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며 너무나 송구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은혜롭고 축복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민 가득한 예수님의 얼굴을 마주 대한 나병환자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나병으로 인해 스스로를 학대하고 저주하던 그는 어디로 사라지고 순식간에 무장해제 되어 예수님 앞에 갓난아기처럼 변합니다.


 

그분께서 풍기는 한없이 따뜻한 분위기 앞에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큰 위로에 힘을 얻은 나병환자는 ‘바로 이 분이구나!’하는 확신을 가지고 간곡히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 1장 40절)

 

오늘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기도는 바로 이 치유의 은총을 입은 나병환자의 간곡한 기도, 열렬한 기도, 확신에 찬 기도입니다.


 

꼭 나아서 보란 듯이 한번 새 삶을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반드시 살아서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내 온몸으로 외치겠다는 간절한 기도는 하늘마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으십니다. 주님, 저를 이 나태함이란 중병에서 건져주십시오. 주님, 저를 이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함, 우유부단함에서 일어서도록 고쳐주십시오. 주님, 죽을 때 까지 계속될 것만 같은 이 악습에서 저를 빼내주십시오. 주님, 제 뿌리 깊은 이 영혼의 상처를 당신 사랑의 손길로 고쳐주십시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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