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사목을 하다 보니 사목자의 위치 외에 운영자의 위치에도 설 때가있습니다. 사실 유난히 행사도 많고 단체도 많은 한국교회의 특성상 본당에서는 운영자 역할을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일 잘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몇 명 모아 이런저런 행사를 잘 치러내고, 별다른 잡음 없이 단체들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사목자의 입장에서는 조금달라집니다. 일을 잘 못하는 친구들, 성당에 별로 관심 없는 친구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도 어떻게든 데리고 주님께 나아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자주 ‘그냥 일 잘하고 센스 있는 애들 데리고 행사 치르는 게 낫지. 뭣 하러 일도 못하고 신앙도 깊지 않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애들까지 끌고 가려고 그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으로 기울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마 예수님은 운영자가 아닌 사목자의 마음을 가지셨나 봅니다. 나를 잘 따르는 몇몇 의인들을 데리고 하느님 나라를 뚝딱 건설하기보다는 늘 뒤처져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데리고 가서 다 함께 즐겁고 행복한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싶으셨나 봅니다.
박민우 신부(서울대교구 서교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