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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죄인들의 친구요 식구가 되신 하느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6 조회수904 추천수12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죄인들의 친구요 식구가 되신 하느님


 

유학생활을 끝내고 돌아오기 전에 유럽지방 이곳 저 곳을 기차로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로마에서 독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탔는데, 형편상 특급 열차에 해당되는 ‘유로스타’를 타지는 못하고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정도 되는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의 내부가 많이 특이했습니다. 열차에 올라가면 한쪽으로 쭉 복도가 있습니다. 열차 한량은 여러 칸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한 칸은 6인실이었습니다. 복도에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게 됩니다.


 

초행길이었던 저는 제일 먼저 열차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습니다. 먼저 자리 잡은 저는 어떤 생각을 했겠습니까? 과연 어떤 사람이 탈까? 한 10시간 같이 앉아갈 텐데...이왕이면 예쁜 알프스 소녀들? 아니면 멋진 금발의 프랑스 여성들? ㅋㅋㅋ


 

이런 제 마음을 하느님께서 아셨던지...한 명 한 명 들어오는데, 정작 상황은 제 기대와 완전딴판이었습니다. 들어오는 분들의 얼굴과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팔뚝들도 엄청 굵은데다 여기 저기 섬뜩한 문신들로 가득했습니다. 얼굴들도 그렇게 험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다섯 명이 다 일행이었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현지 조직의 조직원들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서슴없이 대화를 시작하는데, 입만 열었다 하면 욕지거리였습니다. 가끔씩 저를 한번 쓱 훑어보는데, 소름이 팍 끼칠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날 저는 열 시간 내내 그들과 함께 있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기도 제대로 못 펴고 완전히 찌그러져 앉아있었습니다.


 

그때의 난감함을 떠올릴 때 마다 예수님께서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 주변은 창녀며 세리, 죄인, 조직폭력배 등등 당시 사회의 밑바닥 인생들로 붐볐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이 볼멘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마르코복음 2장 16절)


 

한 식탁에 앉는 것조차 도저히 용납 못해 길길이 뛰던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으십니다. 세리와 친구가 되고 한 식탁에 앉는 것도 모자라 세리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죄인 중의 죄인 세리 레위를 당신 사도단에 포함시키십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세리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들의 본업은 갈취였습니다. 그들의 부업은 고리대금이었습니다. 그들의 취미는 칼부림이었습니다. 그들의 특기는 공갈이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그야말로 조폭이었습니다. 세리들이 얼마나 백성들을 괴롭히며 악행을 일삼았던지 당시 이런 말들까지 돌아다녔습니다. “세리가 뜨면 집의 기둥조차 떤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습니다. “세리들은 지금까지 한 일을 봐서 100% 지옥이다. 구제불능이다. 저것들은 인간도 아니다.” 사람들은 세리들이 지나가면 다들 침을 뱉었습니다.


 

이런 세리 레위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를 눈여겨보시며 그를 당신 제자로 초대하십니다. 그의 집으로 가셔서 식탁에 앉으십니다. 하느님께서 대역죄인 세리의 친구가 되시고 가족이 되신 것입니다. 참으로 경이롭고 은혜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죄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코복음 2장 17절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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