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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의 희망 한 스푼] 율법의 시대가 가고 사랑의 시대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21 조회수1,078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양승국 신부의 희망 한 스푼-율법의 시대가 가고 사랑의 시대가


 

과거 국민적 지지나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던 군부 독재자들이 자주 애용한 표현이 있습니다. “악법도 법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불법적 정권과 체제유지를 위해 웃기는 악법들을 끝도 없이 만들어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유신시절의 긴급조치법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악법이었던 유신헌법 제53조를 통해 당시 독재자는 헌법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한두 번도 아니고 9번에 걸친 긴급조치법을 작동시켜 국민들을 옥죄었습니다.


 

악법중의 가장 악법은 긴급조치 9호였는데...요지는 정부시책에 입도 뻥끗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공개석상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 위법이었습니다.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면 구속이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과 의식 있는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복경찰에 연행되어 어디론가 끌려가곤 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들의 부끄럽고 참담한 일상이었습니다. 역사와 후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든 이 부끄러운 이 악법은 2013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위헌으로 판시되었습니다. 악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이며 악법은 법도 아니란 것을 잘 실감하게 해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 사회 안에서도 악법이 존재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악법이 안식일 규정이었습니다. 안식일 규정의 본래 취지는 참으로 좋은 것이었습니다. 탈출기 20장 8절에서 모세는 안식일에 대한 정의와 행동지침을 밝힙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그날 너와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그리고 너의 집 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도 안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식일 규정은 고생하며 일하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큰 사랑이요 배려였습니다. 안식일 규정은 원시적인 형태의 근로기준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야금야금 세부 규정을 더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꺼운 볼륨으로 된 두 권의 책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사소한 제약들로 가득 찬 안식일 규정의 어떤 항목은 웃기기까지 합니다. 벼룩 때문에 가려워 죽겠는데도 벼룩을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잡는 것은 허용되었습니다. 탈골이 되어도 뼈를 맞추거나 붕대를 감을 수 없었습니다. 편지는 한통까지는 쓸 수 있었지만 두통 쓰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이렇게 ‘웃기는 짬뽕’ 같은 안식일 규정을 예수님께서 공개적으로 파기시키십니다. 안식일 날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중에 예수님께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시키십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안식일 규정이란 올가미에 묶여 꼼짝달싹 못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켜주시는 모습은 참으로 통쾌하고 감동적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지긋지긋했던 율법과 계명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이제 율법의 시대가 지나가고 사랑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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