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27 조회수866 추천수18 반대(0)

신학교에서 수업 평가서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신학교에서도 강의에 대한 평가를 학생들이 합니다. 강의 준비를 잘 했는지, 과제물을 적당했는지, 강의 내용은 효과적이었는지, 강의가 유익했는지에 대한 평가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의록을 보완하기도 하고, 새로운 자료를 번역하기도 하고, 수업진행의 방식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제가 만나는 시간들은 학생들에게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는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가 있습니다. ‘삼겹살, 곱창, 감자탕, 해물탕, 냉면, 설렁탕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들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맛집들의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식당의 주인들은 처음에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연구를 하였고, 다른 집과는 다른 맛을 개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이 됩니다. 그리고 식당의 주인들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해 줍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자신들이 개발한 특별한 비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육수에 넣는 특별한 재료, 자신들의 방법으로 만든 양념과 같은 것들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저도 한번쯤은 가서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주인의 뼈를 깎는 노력과 희생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동창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함께 하면서 열띤 토론을 하였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사목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평가를 하자는 신부님들은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 했습니다. 첫째는 사목을 좀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평가를 받으면 자신이 사목을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위한 자기 개발은 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본당과 신자 공동체를 위해서입니다. 열정과 신념을 갖춘 사제가 함께하는 본당 공동체는 더 많은 영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목적인 재능을 평가하면 특수사목과 같은 곳으로 파견하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사제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평가를 받지 않으면 나태해질 수 있고, 현실에 안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교회와 본당 공동체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각성이 필요합니다. 사목에 대한 평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제는 온전히 교회를 위해서, 복음 선포를 위해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목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신부님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였습니다. 사목에 대한 평가는 주교님들의 몫이고, 주교님들께서 하실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제와 본당 공동체의 인격적인 만남을 어떻게 구체적인 수치로 정할 수 있는가를 걱정하였습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목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걱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평가 받는 것에 대한 압박감과 두려움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라는 생각을 하지만 교계제도는 피라미드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목을 평가한다는 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열띤 토론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어느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을까요? 다음 동창모임에는 어떤 주제로 토론을 할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열매를 맺는 농부를 이야기 하시는 것 같습니다. 농부가 자갈밭을 옥토로 바꿀 수 있다면, 가시덤불을 뽑아낼 수 있다면, 길가를 밭으로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씨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씨는 그 안에 생명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들 마음의 밭에 뿌려졌습니다. 말씀이 결실을 맺고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들 마음의 밭이 비옥해야 합니다. 우리들 마음의 밭에 기도의 비료를 뿌려야 합니다. 사랑의 물을 주어야 합니다. 친절과 온유, 겸손과 나눔의 하우스를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하느님 말씀은 우리들 마음의 밭에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수십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나와 가족은 물론 이웃과 세상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말씀의 열매들이 전해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밭을 가꾸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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