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30 조회수880 추천수16 반대(0)

저는 1986130일에 군 입대를 하였습니다. 30년 전의 일입니다. 추운 겨울에 훈련을 받았고, 봄기운이 올라오는 3월 초에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저는 신학생이었기 때문에 성당에서 군종병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성당은 부대 밖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자유로운 군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자유로운 군 생활은 3개월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의 게으름과 저의 나태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군종 신부님은 상당히 엄격하신 분이셨습니다.

 

신부님께서 잔디에 영양제를 골고루 뿌리하고 했는데, 저는 게으름 때문에 바가지로 몇 군데만 뿌리고 말았습니다. 일주일 후에 영양제를 너무 많이 뿌린 곳은 노랗게 타 죽고 말았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저의 불성실함을 지적하셨고, 당연히 꾸중을 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성당 청소를 해야 하는데, 저는 걸레를 꽉 짜지 않고 대충 의자를 닦았습니다. 미사 시간이 되었을 때, 의자들은 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역시 신부님께서는 대충 대충하는 저를 지적하셨고, 엄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결정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서울 용산 육군본부로 23일 회의를 가시면서 제게 당부 하셨습니다. 성당 정리 잘하고, 부대에 복귀해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말은 알았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신부님이 안 계시는 동안 성당에서 지내려고 하였습니다. 회의가 취소되어서 일찍 오신 신부님은 성당에 있는 저를 보았고, 저는 그 뒤로 성당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군 생활은 인사처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들입니다. 저는 저의 부족함을 지적해 주셨고, 저의 게으름을 꾸짖어 주셨고, 저의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일깨워 주신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남은 군 생활을 충실하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신부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저는 자유로운 군 생활을 했을지 모르지만 신학교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거친 파도와 사나운 날씨를 만나게 됩니다. 선원들은 잔잔한 파도와 맑은 날씨를 기대하지만 바다는 선원들에게 시련과 도전의 대상입니다. 만일 늘 잔잔한 파도였고, 맑은 날씨만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선박 기술의 발달은 없었을 것입니다. 선원들은 거친 파도를 견디기 위해서 더욱 견고한 배를 만들었고, 거센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 돛을 만들었습니다. 시련과 도전은 아픔과 고통을 주었지만 강한 정신력을 키워주었고,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기술을 배우도록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다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회개믿음입니다. 다윗은 비록 잘못을 하였지만 회개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이 회개하는 것을 보시고, 용서하십니다. 아무리 큰 잘못이라 할지라도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 하느님은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워하고, 겁을 먹었습니다. 삶의 시련과 고통 앞에서 무기력해 졌습니다.

 

한 학생이 했던 묵상이 생각납니다. 풍랑에 겁을 먹던 제자들을 묵상하면서 그 학생은 자신도 예수님 옆에 누웠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정말 편안해지고, 겁도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어쩌면 다른 것들을 더욱 신뢰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자존심, 욕심, 재물, 명예와 같은 것들을 따라가면, 우리는 언제나 삶의 풍랑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주님 곁에 있다면 우리는 삶의 모든 시련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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