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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의연하게 주님 곁에 머문다면 / 연중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30 조회수702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일본에 수출하는 횟감에는 ‘광어’가 한몫을 한다나. 주로 남해안의 맑은 곳에서 양식한 것들이다. 그런데 ‘물 통’에 넣어 일본까지 가면 죽어 있는 광어가 생긴단다. 살아 있어도 ‘배 멀미’탓에 빌빌거리는 광어도 쾌나 많으리라. 어떤 이가 천적인 뱀장어를 물 칸에 넣어 봤다. 그랬더니 죽은 광어도, 빌빌거리는 광어도 없었단다. 먹성 좋은 뱀장어가 광어를 잡아먹으려 날뛰자 도망치기 바빴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답답한 칸막이나 현해탄의 거센 파도도 광어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뱀장어는 광어 한 마리 정도는 먹었겠지만 주인은 많은 싱싱한 광어를 일본까지 가져갔단다.

 

인생에도 천적이 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 ‘상상도 못 했던 사건’이 천적으로 등장하기도. 이는 그저 그런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리시려고 가끔 주님께서 주시는 거다. 그러기에 이 천적의 돌출로 시련과 실패가 있는 게 어쩜 삶의 ‘정상적인 모습’이리라.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겸손과 인내가 다가오고 삶의 깊이가 묻어난다. 그러니 천적은 주님의 선물인 셈이다. 예수님은 그 호수의 그 바람을 잠재우셨다. 믿기만 하면 ‘인생의 돌풍’을 잠재우시는 것도 그분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리라.

 

돌풍은 갑자기 부는 바람이다. 순식간에 호수는 파도에 휩싸이며 배를 삼키려 든다. ‘예사 바람이 아니다.’ 출신이 어부였던 터라 직감으로 온다.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주무시기만 한다. 이대로라면 뒤집어질 게 분명한데도. 순간적으로 그들은 외친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ㄴ)” 그들에게는 아무 생각도 없다. 빠지면 죽는다는 그 생각뿐. 기적의 스승님을 모셨건만 ‘인간적 계산’만 하고 있었던 거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스승님의 꾸중은 단순했다. 세속적 판단의 포기가 그렇게도 힘드냐는 질책일 게다.

 

알고 보면 제자들도 보통이 아니다. 하늘의 힘을 보았고 기적의 자리에 동참도 했다. 그런데도 생명의 위협이 느끼자 아예 모든 것을 잊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무실 수 있었지만 제자들은 그럴 수 없었다. 믿음이 달랐기에. 지켜 줄거라는 ‘믿음’이 그들에게는 부족했던 거다. 믿음은 위급함을 느낄 때, 불가능이 보일 때 잡아 줄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제자들에게는 그게 약했다. 그러기에 죽는다고 소리쳤다. 스승님의 꾸중을 듣고서야 깨닫는다. 믿음의 힘이 죽음의 힘을 ‘누를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 제자들은 종일 스승을 수행할 때는 기쁨으로 충만했었다. 두려움도 불만도 아쉬움마저 없었다. 그런데 풍랑을 만나는 순간 공포에 질렸다. 주님의 현존을 놓쳐 버린 때가 바로 두려움과 고독이 엄습하는 때이다. 그분을 잊어버릴 때 영혼은 불안한 가운데 공허감에 빠진다. 허나 제자들은 ‘곧바로 주님’을 찾을 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스승님, 저희가 모두 다 죽게 되었는데도 잠이 오시기나 합니까?”

 

우리 인생의 기반을 이루는 것도 하느님에 대한 이 믿음이다. 우리 삶에도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가 칠 때가 곧잘 있다. 그러나 믿음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중심을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게다. 예수님께서는 그 거센 돌풍 속에서도 배 안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셨다. 세상의 폭풍우가 두려운 게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어도 믿음을 갖지 못하는 제자들의 ‘약한 믿음’이 더 문제라는 것을 가르치시고자 한 것일 게다. 그리고 결국 우리 ‘인생의 폭풍우’를 잠재울 운명의 주재자는 세상의 그 무엇도 될 수 없고, ‘오로지 주님뿐’이라는 사실도 함께.

 

살다보면 심각한 두려움과 공포는 희망과 믿음으로써만 이겨 낼 수 있다.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삶의 종착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일수도.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주심으로써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셨다. 그렇지만 믿음이 부족한 이는 아예 그 작은 믿음도 없이 오직 두려워하며 주님을 원망할 것이다. 삶의 거대한 풍랑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여도 의연하게 주님 곁에만 머무를 수 있는 신앙생활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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