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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만 보면 / 연중 제4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31 조회수759 추천수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4,21ㄴ)” 어떤 말씀이 이루어졌다는 것일까?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잡혀간 이들이 해방되거나 눈먼 이들이 다시 보게 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예수님께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퇴짜를 맞고 그분을 죽이려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단다. 듣지 않는 가운데에서가 아니라, 듣는 가운데에서여야 된단다. 이는 곧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게다. 주님의 은혜는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고향 사람이라서, 이스라엘 민족이라서 은총을 더 받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제대로 듣는 이라면 비록 이방인일지라도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을 수 있었다. 말씀을 들었기에 ‘기적을 체험’했던 것일 게다.

 

예수님께서는 고향에서 설교하신다. 사람들은 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출신을 떠올리고서는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니, 저이는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우리 동네에서 목수 일 하던 그이의 그 아들이지?’ 이런 생각에 예수님의 본모습에 다가가는 데에 실패한다. 그들은 기적만을 만나고자했다. 그러면서도 목수의 아들이란 그 생각에 ‘기적의 힘’을 깨닫지 못했다. 편견 때문이다. 한쪽만 보고 ‘전체를 못 보는 것’이 편견이다. 출생에만 매달리다가 영적 모습을 놓쳐 버린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고향에서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다. 기적으로 편견을 깨뜨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기적은 믿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기에. 그러므로 벌 내지는 징계를 위한 기적은 ‘상상’도 말자. 아무튼 예수님께서는 고향 사람들이 편견을 뚫지 못하는 믿음을 애석하게 여기셨다. 믿음이 없었기에 기적이 없었던 것이다. 인생은 기적의 연속이다. 숨 쉬는 것 자체가 ‘은총’이다. 그렇건만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세상에는 당연한 게 없다. 모두가 주님께서 주셨기에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 여기는 ‘그 선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삶의 편견을 깰 수가 있다.

 

의인들이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일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공자는 사리를 따지고 대의명분을 밝히는 데에 누구보다도 해박하고 달변이었지만 유독 고향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의기소침하고 침묵만 지켰단다. 공자의 전기인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따르면 공자는 사생아였다나. 이러한 사실을 익히 아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공자의 높은 가르침은커녕 그 인격 자체도 인정과 존경을 받지 못했으리라.

 

이렇게 고향에서 받는 냉대는 일찍이 예언자들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 예수님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향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배척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이러한 냉대의 원인은 사실 예수님의 인격이나 언행이 아니라 예수님을 바라보는 고향 사람들의 비뚤어진 관점일 게다. 곧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예수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에 기준’하여 바라본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신기하여 사물이 있는 그대로 인식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고 싶은 대로 보이고, 듣고 싶은 대로 들리게 되는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서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바뀌리라. 마음이 깨끗한 이가 하느님을 잘 뵙는단다.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도 하느님의 능력을 깨달아 그 놀라운 ‘신비의 체험’을 하게 되리라.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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