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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07 조회수861 추천수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2월 6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His heart was moved with pity for them,
for they were like sheep without a shepherd;
and he began to teach them many things.
(Mk.6,34)
 
 
제1독서 1열왕 3,4-13
복음 마르 6,30-34
 
학창시절에 항상 1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까지 이용해서 공부를 한다면 ‘공부벌레’라고 말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친구는 놀 것 다 놀면서도 1등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머리가 정말로 좋은가보다’라고도 생각되었지만,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친구들과 놀 것 다 놀면서 집에 가서는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물어보니 그렇지도 않다고 합니다. 그때 내린 결론은 ‘공부를 잘 하는 유전자가 확실히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저의 결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습니다. 공부 잘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세가 다른 친구들과 남달랐던 것입니다. 사실 공부를 잘 못하는 친구들은 공부 못하는 핑계를 수십 가지를 만듭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그날 공부할 양을 다 마친 다음은 무조건 놀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공부 못할 핑계가 없었지요. 우선순위가 먼저 공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공부 못하는 친구들은 먼저 놀고 난 후에 공부를 하면서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는 반면, 공부 잘 하는 친구는 먼저 공부를 한 뒤에 노니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가 없는 것이지요.

신앙생활이 어렵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십니다. 왜 어렵냐고 여쭈면, 기도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할 일이 너무나 많아서 기도할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기도할 시간이 없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선순위를 주님께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도할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요? 또 한 가지는 기도를 굉장한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는 것, 묵주기도와 염경기도를 바치는 것 등으로 축소시키기 때문에 기도가 짐으로만 여겨집니다.

헤밍웨이에게 창작 활동이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는 “여하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는 것.”이라고 대답했지요. 글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창작 활동은 우선순위를 글 쓰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신앙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십자가 앞에 앉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습니다. 특별히 성경을 읽거나 묵주기도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주님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쉼을 제안합니다. 음식 먹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바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수님 역시 마찬가지였겠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듣고자 쫓아온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쉬지 않고 또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것보다는 말씀을 듣고 쫓아온 군중과 함께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셨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나의 핑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내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여다보세요. 남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 원망과 투정을 하는지, 칭찬과 감사의 말을 하는지, 과거 이야기만 하는지. 주로 하는 그 이야기가 내 인생이 됩니다(혜민).


성지 성당에서 강론하는 빠다킹 신부의 모습입니다.

 

대책 없는 신앙?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대책 없는 긍정적인 생각은 오히려 큰 절망을 가져올 수가 있다고 합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의 체험으로 의미치료의 창시했던 빅터 프랭클이 자신의 체험을 이렇게 전해줍니다.

한 작곡가가 희망찬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달 후면 모든 게 끝날 거야. 꿈을 꿨는데 3월 30일에 독일군이 항복하게 되거든.”

하지만 3월 30일이 되었지만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이 작곡가는 시름시름 앓다가 1945년 3월 31일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그 상태에 대한 백업플랜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능한 위험 사태를 비관적으로 예상하고 대치할 수 있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성당에 나가면 무조건 구원을 얻는다는 막연한 긍정적인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에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님 뜻을 따르지 않는 삶을 사는 내 모습과 주님과 일치하는 삶을 사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구체적인 내 삶을 꾸려나가면 어떨까요? 보다 더 주님과 더욱 더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막연하고 대책 없는 신앙은 이제 버려야 할 때입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어느 식당의 밑반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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