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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람아, 너 어디 있느냐?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15 조회수1,09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5년 다해 사순 제1주일


<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


복음: 루카 4,1-13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사람아, 너 어디 있느냐? >

 

죄를 왜 짓지 않아야 하는 것일까요? 짓고 또 고해성사 보면 되는데 말입니다. 사실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듯이 죄는 행복을 잃게 만듭니다. 교만하면 경직되어 불행하고, 육체적 죄를 지으면 더 큰 욕망이 올라와 노예가 되며, 돈을 쫓으면 집착하여 괴롭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죄들은 순간적 쾌락과 오랜 쓰라림을 안깁니다. 먼저 죄가 우리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깨닫지 못하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죄를 이기시기 위해 광야로 나가신 것처럼 우리 자신을 광야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광야가 좋은 것일까요, 동산이 좋은 것일까요? 에덴동산에 있는 아담에게 하느님은 약간은 나무라듯이, “사람아, 너 어디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이는 어디 있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네가 여기 있으면 안 되지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빌라도는 매 맞아 피를 흘리시는 예수님을 사람들 앞에 세우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사람이 있을 자리는 에덴동산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모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덴동산에 있을 때는 죄를 지었고, 광야에 있을 때는 죄를 이겼습니다. 사람이 동산에 머물 때는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광야에 있는 동안은 죄를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성령께서 더 충만히 들어올수록 우리들은 더 삭막한 광야에 살게 됩니다. 그만큼 죄와 멀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러 욕망들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면 사탄은 그 열매들로 유혹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암이 걸려 6개월을 선고받은 한 60대 자매가 우연히 산에서 생식을 하여 말기 암을 고쳤다는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은 눈만 보면 모든 사람의 병을 알아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이미 그를 신처럼 따르는 많은 무리가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휠체어에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이 기적적으로 걸어 다니게 되는 일도 일어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사람을 찾았을 때 정말 그는 눈만 보고 위암 말기이고 의사가 6개월 진단을 내렸다는 것도 다 알아맞혔습니다. 그리고 기를 불어넣어주고 주사 한 대 놔 준 다음 환약 한 병을 주며 300만원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딸이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사기꾼이라고 하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합니다. 돈이 없어서 갈 수 없을 줄 알았던 딸은 어머니가 전세 보증금 3000만원을 다 갔다 바친 것을 몇 달 뒤에 알게 되고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됩니다. 사실 주사는 부분 마취제였고 눈을 보고 알아맞히는 방법은 대기실의 CCTV를 보면서 하는 이야기들을 다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수가 한의사였기 때문에 그가 진맥 등을 남모르게 하여 그런 정보들을 주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사람은 사기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그런 사기에 당하고 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에덴동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에덴동산에는 나무들이 있는데 그 나무들에는 뱀 한 마리씩 붙어서 그 열매를 따먹으라고 유혹합니다. 주님의 뜻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생명연장의 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통해 사탄이 쉽게 장난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온통 유혹의 열매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더라도 저것 때문에 결국 당하고 맙니다. 우리 마음의 땅에서 이런 저런 욕망들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 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이끄시는 것입니다. 광야는 끊음이고 버림이고 절제이며 극기이고 십자가입니다. 사탄은 자꾸 예수님을 광야에서 다시 세상으로 끌어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광야에서는 그를 유혹할 수 있는 나무열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라도 탐스럽게 보이게 만들어야 유혹할 수 있는데 광야는 있어봐야 돌덩이뿐입니다.

물론 일단 눈에 보이는 돌덩이로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육체를 채우려는 욕망을 버렸습니다. 십자가에 달려계신 분이 유일하게 원할 수 있는 것은 그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에 달려계신 분에게 빵을 들고 유혹해도 유혹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욕망도 일어나지 못하도록 우리 자신을 철저히 십자가에 못 박은 상태가 광야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그냥 기도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미사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성당에 나와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이 에덴동산의 유혹의 나무 숲 속에 있다가 광야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탈출이 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온갖 쾌락을 주는 것들을 끊어야합니다. 홀로 기도하는 동안에 유일하게 원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요즘 십자가도 잃고 기도도 잃어서 많은 죄가 넘쳐나는 것입니다.

 

어떤 신부님이 얼마 전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고 온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킬리만자로는 해발 5895미터에 이르는 매우 높은 산입니다. 10일에 걸쳐 등반을 하였습니다. 가장 힘든 때는 5000미터 이상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산소도 1/2로 줄어 그냥 앉아 숨쉬기도 힘든 상태가 됩니다. 한 발짝 걷고 한 번 쉬며 체력이 강한 사람만 정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위생이었다고 합니다. 10일 동안 유일하게 닦을 수 있는 것은 치아뿐이었습니다. 기압이 낮다보니 대변이 자주 나오는데 닦는 둥 마는 둥 하며 다녀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더러운 상태로 좁은 공간에서 4명이 함께 자며 10일을 버틴 것입니다.

그러고 내려와 보니 그저 숨 제대로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웬만한 불편은 불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돈을 준다고 해야 무엇 하겠고, 대통령을 시켜준다고 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인 사람에겐 더 이상 유혹은 유혹거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성령께서는 예수님은 광야로 내보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물 한 모금만 있으면 충분한 상태에 계십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보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임을 증명해보라 하고 또 많은 부귀영화를 줄 테니까 자신에게 절해 보라고 하니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그러나 태초의 아담은 에덴동산에 머물렀기 때문에 뱀의 몇 마디만 듣고도 그런 것들이 매우 탐스럽게 보였던 것입니다. 에덴동산은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여 이미 몸과 마음이 매우 느슨해진 상태인 것입니다. 욕망도 단계가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해결 되어야만 다음 것을 원하게 됩니다. 따라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가장 작은 욕망부터 절제할 줄 알아야합니다. 이것이 차면 저것이 당기는 것이 인간의 욕망입니다. 광야는 그런 가장 작은 욕망조차도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절제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김봉남 할머니가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로서 아직 생존해계시지만 벌써 90이 넘으셨습니다. 그분은 지금식대로 일본이 진정한 사죄 없이 돈 몇 푼으로 끝내려고 한다면 나는 천억을 줘도 안 받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그 분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권운동을 하시고 버시는 돈은 모두 전쟁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하십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분에겐 1억이나 1000억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분은 다만 앞으로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또 전쟁의 피해자들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광야에 사는 분의 상태입니다. 우리가 광야에 있다면 오직 죽어가는 영혼들을 구원하고 싶은 욕망밖에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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