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6 (화)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루카 복음 9장 22-25절
청하기도 전에
마태오 복음사가는 주님의 기도를 일곱 가지 청원으로 전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청하는 세 가지 내용과,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네 가지 내용입니다. 그 내용에 소홀할 수 없지만 이를 ‘주님’의 기도로 가르쳐 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면 기도를 바치는 우리 영혼에 큰 유익이 됩니다. ‘주님의 기도’가 그러하듯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당신 자녀들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찾기 이전에 ‘먼저 인간을 부르신’(가톨릭교회교리서 2567항 참조)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당신 자녀들의 청원에 선행하시는 분이십니다. 인간의
청원에 응답을 주시는 ‘기도’ 형태도, 사실은 사람이 하느님의 존재를 떠올리고 당신을 주님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그 바탕을 먼저 마련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빈 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마태 6,7 참조) 하시며 구체적인
청원 내용까지 정해 주신 예수님의 마음은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아버지께서 이미
알고 계심을 믿고 그저 단순하게 스스로의 영혼 상태를 바라보고 꾸밈없이 펼쳐 놓으라는 요청인 듯싶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거룩한 영성체에 앞서 매 미사 전례 때마다 바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님께서 모든 것을 헤아리고 계심을 믿는 태도가 주님을 받아 모시며 일치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류지인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인간은 하느님께 비는 걸인입니다.”(성 아우구스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