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악의 세상에서 그래도 용서만이 / 사순 제1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16 조회수1,201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때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머님에 대한 미움으로 자살을 결심한 한 여인이 눈 덮인 언덕길을 오른다. 언덕배기에 도착해 온 길을 돌아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자신은 똑바로 걸었는데 밟힌 눈 자국은 이리저리 비뚤어져 있다. 그녀는 깨닫는다. 인생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그리고 어머니를 용서한다. 그날 이후 그녀가 새롭게 변신한다는 게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氷点)’의 줄거리이다. 바르게 정말 바르게 걸었지만 자국은 뒤틀려 있는 거다.

 

믿는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기에 늘 그분 뜻을 헤아리며 살아야 할 게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주 비틀거리며 산길을 오른다. 그분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정의와 평화, 사랑이 넘치는 나라가 건설되기를 갈망하며 거기에 참여한다지만 흠투성이다. 분노가 치밀고 치가 틀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며, 서로 용서하면서 세상의 온갖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살기를 기도하지만 웬걸 ‘복수의 끈’은 더 단단해 지기만 한다.

 

옛날 임금들은 현자(賢者)들을 곁에 두고 의견을 들었다. 유비에게는 제갈공명이 있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옳고 바른 뜻을 보여 주신단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첫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긴 내용이다. 당신의 십자가 죽음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셨다. 그 가르침을 몸소 보여 주셨기에 부활의 영광을 이루었다. 그 부활은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신뢰의 결실이었다.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마태 6,9-13)’

 

예수님은 기도에 관한 가르침에서 빈말이나 많은 말을 하지 말라신다. 우리가 청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미처 생각지 못하시거나 이루시지 못하실 일은 하나도 없기에. 전능하신 분이시기에 그분께서는 당신이름을 거룩하게 드러내시고 당신나라가 오게 하시며,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 잘못을 용서’하시리라.

 

이 기도의 가장 큰 뜻은 참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이 땅에서도 주인이 되시라는 것일 게다. 그래서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으로 청해야 한단다. 그분의 뜻은 첫째도 용서이고 둘째도 용서일 게다. 용서해야할 우리 역시 ‘용서받아야 할 죄인’인 만큼 악의 구렁텅이에서 산다는 것이리라.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악에서 구하소서.’

 

살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의 지름길은 가장 현명한 이의 뜻을 따르는 게 좋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것이고 초대 교회 때부터 소중하게 바쳐 온 가장 오래된 기도임을 되새기자. 그 기도의 핵심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 주십사는 것인데도 정작 우리는 오히려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 주십사고 청한다. 하느님께서는 서로 용서하면서 세상의 온갖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살기를 기도하라지만 보복의 악순환만 더해가기만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지향을 두고 기도하다보니까 속된 말로 ‘빈말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 참다운 기도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신앙인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셨기에 그분 뜻에 따라 바치면 그 어떤 유혹도 뿌리치는 놀라운 은총이 있으리라. 마음에 쌓았던 분노와 복수심까지도 용서하는 거룩한 사랑이 솟아날 것이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4-15)’ 악의 세상에서 그래도 용서만이 행복을 가져줄게다. 이게 주님의 기도를 하면서 새길 참 묵상거리이다.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