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아무리 작은 일도 그분 뜻 따라 / 사순 제2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21 조회수958 추천수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 말씀을 하시고 여드레쯤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루카 9,28-31)’

 

예수님은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 따로 데리고 산으로 오르시어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하신다. 그분의 모습은 부활 이후 당신의 영광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때 구름 속에서 예수님이 바로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제자들은 예수님의 신분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 그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신 게 분명 두렵게 하시려는 뜻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산으로 올라간 세 제자는 엄청난 체험을 한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눈부시게 변화되시면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목격한다. 이는 그분께서 율법과 예언서에 약속된 바로 그 메시아이심을 증명하는 것일 게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조상들과 맺으신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은 이제 사라졌다. 그들에게는 다른 더 이상의 증거와 표징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변모의 깜찍한 쇼는 진정한 부활은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한 것일 게다. 이제 얼마 뒤 그들은 스승을 잃고 그분께서 가신 그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할 운명에 놓이리라. 분명 그때에 나약한 그들은 그길, 그 십자가의 길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중도에 포기할 유혹에도 빠질 게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모습을 미리 보임으로써 그들이 믿음과 희망으로 자신들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도록 힘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당신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 속에 계시더라도,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쾰른의 어느 어둡고 습한 지하 동굴에 누군가가 새긴 글이다. 먹구름 뒤 찬란한 태양이 있음을 믿듯이 전쟁의 어둠과 절망에서도 하느님께서 꼭 계시다는 것을 믿는 참 아름다운 고백이다.

 

예수님이 산에서 제자들에게 보인 당신의 눈부신 영광스러운 참모습은 그 때가 아닌 그다음 그 어느 때일 것이다. 먹구름 너머 그토록 찬란한 태양이 비추듯, 예수님께 수난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그 너머 부활의 찬란한 영광이 있음을 잠시 보여 준 것일 게다. 쾰른의 그 지하 동굴에서 누군가가 본 그 새겨둔 모습일 게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체험은 지나온 길 곳곳에 널려있다. 포기하지 말라고 그분께서 개입하신 ‘사건들’이 무수히 깔렸다. 그것을 묵상하라는 것이 그분께서 세 제자에게 보여준 교훈일 게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얼마나 아슬아슬한 게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게 분명히 있다. 지나온 자취에 스민 게 우연히 마무리된 게 아니다. 다 은총의 개입이 있었다. 우리에게만 드러내신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였던 것이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우리의 이 기다림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을 가리켜 예수님의 ‘엑소도스(탈출; Exodus)’라고 말한다. 이는 이집트를 떠난 단 한 번의 사건만이 아닌, 우리의 삶 안에서 계속 일어나는 탈출을 포함한다. 이는 그분의 떠나심이 세상 벗어나심을 뜻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게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탈출로 억압에서 벗어나 하느님 백성으로 살게 되었듯이, 이제 예루살렘에서 수난하시고 돌아가실 예수님께서는 그 탈출을 통하여 당신께서 지상에 계실 때에 감추어진 당신의 본모습인 당신 영광을 온전히 만천하에 드러내시리라. 이렇게 당신의 거룩한 변모로 제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게 하시려고 미래의 영광을 잠시 미리 보이신 것이다. 이런 그분의 은총은 예고 없이 왔고 또 올 게다.

 

주님께서는 아버지이시기에 필요하다 여기시면 언제든지 오셔서 주신다. 올해 사순 시기에도 우리가 겪는 사건마다 은총의 개입은 분명히 계실 것이다. 하느님 백성인 우리도 언젠가 그 모습을 뵈올 때까지 제자들이 본 그 빛나는 그분 참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야만 할게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분 뜻을 먼저 헤아려야만 한다. 이 사순 기간에도 그분 영광된 변모의 은총은 우리와 늘 함께 할게다.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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