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22 조회수1,138 추천수9 반대(1)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2월 19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if you bring your gift to the altar,
and there recall that your brother
has anything against you,
leave your gift there at the altar,
go first and be reconciled with your brother,
and then come and offer your gift.
(Mt.5,23-24)
 
 
제1독서 에제 18,21-28
복음 마태 5,20ㄴ-26
 
제가 일어나는 시간은 보통 새벽 3~4시입니다. 이때 일어나서 우선은 성당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성당에 가려면 우선 사제관 밖으로 나가 성당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지만 빨리 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 하나의 등도 켜져 있지 않아 너무 어둡기 때문입니다.

너무 어두워서 계단에서 헛디딜 수도 있고 눈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걷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불편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좋은 점도 꽤 많습니다. 우선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사제관을 나서지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발걸음을 하나씩 힘들게 내딛다보면 어느 순간에 잠은 모두 달아나서 기도와 묵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완전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환한 별들을 많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두움이라는 불편함, 그러나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들 삶 안에서 어두움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게 불편하고 나쁜 것을 준다고 해서 없애려고 하지만, 이를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거절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 담겨 있는 또 다른 깊은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의 만남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또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만남이 의미 없는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어떤 만남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평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 많이 가졌으며, 당신을 반대하는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만남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만남은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할 때 먼저 형제와 화해라고 하시지요.

누군가와 어두움과 같은 불편한 만남 속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나쁘다고 거부하고 피해서도 안 됩니다. 그 안에 있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얼른 화해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오늘 갖게 되는 만남을 불편한 만남이 아니라 소중한 만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어두움 같지만 그 안에서 빛나는 밝음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단에 예물을 바치는 것보다 더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은 화해를 통한 소중한 만남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랑은 무한한 용서의 행위이며 습관이 되는 따스한 눈길이다(피터 유스티노프).


어느 카페에 진열되어 있는 예쁜 신발.

 

장준(필립보) 신부님 선종.

어제 오후. 제 동창신부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장준 신부님께서 돌아가셨데. 들었어?”

“아니 무슨 소리야. 왜 돌아가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데?”

거짓말처럼 들렸습니다. 얼마 전에도 신부님을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신자들을 사랑하던 신부님이셨지요.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런 부고 소리를 들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12년 전에 제가 갑곶순교성지의 초대신부로 발령받아서 성지 개발을 하고 있을 때, 신부님께서는 전 신자를 모두 이끌고 성지에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신자들이 많이 와야 교구 성지의 소중함도 알고 또 성지 개발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미사헌금도 또 미사예물까지 모두 성지에 두고 가셔서 큰 도움을 주셨지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성지를 찾는 신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직 꾸며지기 전이라 많은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당 신부님들께서도 “갑곶성지는 가봐야 고생만 해.”라면서 만류했던 시기였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신자들을 이끌고 오셨습니다.

그만큼 교회를 사랑하시던 신부님께서 어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께서 주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시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장준 필립보 신부님을 위한 기도 부탁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