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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리에게도 답할 기회를 /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22 조회수882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5-19)’

 

고대 로마에서는 2월 22일에는 가족 중에 죽은 이를 기억하고자 빈 의자 하나를 마련해 놓았단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관습에 따라 이날에 바티칸의 베드로 사도의 무덤과 오스티아로 나가는 길에 있는 바오로 사도의 무덤 곁에서 공경의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신앙 자유 선언 이후 6월 29일이 신앙의 아버지인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를 함께 기념하는 축일로 정해지면서 이날은 베드로를 교회의 최고 목자로 공경하는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만 남았다.

 

사실 베드로는 순박한 여느 어촌의 어부였고 본디 이름은 시몬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에게 ‘반석’이란 뜻으로 ‘베드로’라고 이름을 주셨다. 튼튼한 머릿돌로 여기신 거다. 그런데 세속의 눈으로만 본다면 사실 베드로는 그다지 반석과 같은 인물감이 되지 못한다. 반석이라면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베드로는 그러한 이가 아니었다. 그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했다. 믿는다면서 물 위를 걷다가도 믿음이 흔들려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분은 그를 반석으로 삼으셨다. 그가 스스로 잘나서, 그렇다고 그가 훌륭해서 맺고 푸는 권한을 받은 것이 아니다.

 

이게 가능이나 할까? 나약한 시몬을 하느님께서 지켜 주시고 돌보아 주셨기에. 나약하였지만,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시어 성장시키셨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리라. 스스로가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어느 한 공동체의 ‘베드로’, 곧 ‘반석’이 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아시면서도 이렇게 곧잘 불러 일깨우신다.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기초가 되었다는 데 있다. 잘나고 똑똑하고 힘 있는 게 아닌, 힘없고 가난한 어부 한 사람을 통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하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일 게다. 교회를 사람들만의 능력으로 움직이는 조직체로만 바라보면 모든 게이 불합리하고 실망이다. 그러나 이런 약점과 모순투성이에도 교회는 권위와 아름다움을 갖는다. 이게 지금 우리의 가톨릭교회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이 말씀은 교회 학자들 그리고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가끔은 논쟁거리이다. 이 핵심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허락하신 권능이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 전체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베드로라는 수제자인 개인과 그를 계승하는 교황에게 국한된 것인지를 따지자는 것일 게다.

 

대답은 쉽지 않지만 넓은 뜻에서 주님의 권능은 교회 전체에 주어졌다고 볼 게다. 그러나 교회는 그분 대리자인 교황과 주교들에 의해 일치되기에, 이들의 권한과 책임에 결정적으로 국한된다고도 여겨진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베드로 자신에게 하늘나라 열쇠를 주신 것이지,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주신 것은 아니다. 곧 베드로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가 그분 ‘권능에 대한 정통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딱 깨놓고 여쭈셨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물으신다.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옛날 감격에 겨운 시몬처럼 답을 못해도 좋다. 그러나 언젠가는 성령의 은총으로 꼭 그렇게 답할 날이 올 게다. 아니 반드시 온다. 믿는 모든 이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으로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 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과제는 답을 알고 있는 이답게 사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언제가 그분께서 우리에게도 이렇게 고백할 기회를 분명히 주시리라.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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