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5 (목)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루카 복음 16장 19-31절
우리와 너희 사이
모든 것은 관계에서 시작되어 관계로 이루어지고 관계로 끝난다는 말을 자주 실감합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관계 안에 머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호응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족할지라도 관계 안에 머물러 있으면 온전해집니다. 그를 존중하고 돌봐줄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란 서로 마음을 열어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진심을 나눌 때 오래 지속됩니다.
그 가운데 큰 울림을 주거나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이와의 관계는 다른 공간에 머물러도 이어지고 사별死別로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모든 것을 그의 ‘이름’에 담습니다. ‘아브라함 곁에 있는 라자로’ ‘저승에서
고통받고 있는 부자’ 우리는 이 두 표현의 다름을 ‘이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곁에 머무는 라자로와는
반대로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어떤 부자를 보게 됩니다. 재미난 것은 아브라함이 ‘우리’와
‘너희’라고 쓴 표현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죠. 또한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것은 ‘너희’를 줄이고 ‘우리’를 늘려가는 것이겠죠. 그리고 ‘우리’ 속에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입고 베푼 사람들이 그 이름과 함께 존재하고요.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무관심과 배타적인 태도로 우리와 너희 사이가 된 사람이 없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