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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29 조회수897 추천수4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2월 28일 사순 제3주일
 
‘Sir, leave it for this year also,
and I shall cultivate the ground around it and fertilize it;
it may bear fruit in the future.
If not you can cut it down.’
(Lk.13,8-9)
 
 
제1독서 탈출 3,1-8ㄱㄷ.13-15
제2독서 1코린 10,1-6.10-12
복음 루카 13,1-9
 
언젠가 강원도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갑작스럽게 화장실이 급해서 국도변의 휴게소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시골 국도변이고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요즘의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과 달리 깨끗하지도 않고 냄새도 좋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급한 상황이라 그런 외적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없었지요. 저는 급하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일(?)을 치렀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제는 이 소리의 주인공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가십니까? 그렇습니다. 너무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오다 보니 남자 화장실이 아닌 여자 화장실에 들어왔나 봅니다. 누군가 제가 있는 화장실 칸을 두드립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로 저 역시 노크를 했지요. 그러면서 제발 다른 칸으로 가시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바람과는 달리 잠시 뒤에 신경질적으로 다시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두려움이 생깁니다. 여기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화장실을 잘못 들어왔다면서 죄송하다고 나가야 할지, 아니면 계속 두드리는 노크 소리를 무시하면서 가만히 있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그러면서 왜 화장실 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라면서 저의 부주의함을 탓했습니다.

문 밖에서 계속 두드리는 노크 소리를 무시하면서 한 10분을 불안에 떨면서 화장실 안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다가 모두 나가 조용해졌을 때 겨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확인하는 순간, 신경질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그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여자 화장실의 줄이 너무 길어서 비어있다고 생각한 남자 화장실로 떼 지어 들어오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은 남자 화장실에 들어오신 여성분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죄가 없음에도 죄책감과 함께 불안감에 떨 수도 있습니다. 죄가 있어야만 죄책감과 불안감을 갖는 것이 분명 아닙니다.

죄가 없음에도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많은 분들이 “미쳐 몰랐던 죄가 있어서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이 부분은 주님의 영역이기에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게는 지금이라는 이 순간에 늘 회개하는 마음을 갖고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데 노력을 하는 모습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인 사실을 가리키면서 또한 실로암 탑이 무너지면서 죽은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당시의 사람들은 그들이 하느님의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을 버리고 대신 이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하루하루를 회개하면서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어지는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포도지배인처럼 계속해서 기회를 주십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시간을 대비하면서 회개하면서 지금을 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이 사순시기를 잘 마무리 해야 합니다. 분명히 가장 기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은 인생을 이루는 요소이다.(프랭클린)


십자가의 길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명품

언젠가 이콘 형식의 성화를 판화로 만든 작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판화라는 것이 하나를 만들어서 같은 그림을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몇 장을 찍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하나의 작품에 딱 10개씩만 판화로 찍는다고 하시더군요. 시간이 없어서 어떤 이유로 10개만 찍는지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장 찍을 수 있으니 많이 찍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란 어느 정도의 희소성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너무 많은 판화가 남발하면서 돌아다닌다면 그냥 인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최고급 명품이 한정판으로 나오면 어마어마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팔린다고 합니다. 이 명품의 숫자가 몇 개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바로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개 정도 되어야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올라갈까요? 딱 한 개만 만들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한정판이라고 해도 최소한 수십 개는 만들어서 판매하지요. 이렇게 수십 개 똑같은 것이 있어도 그 가치는 대단합니다.

판화 작품의 희소성, 그리고 명품의 가치를 떠올리면서 문득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내 자신의 희소성과 그 가치는 어떨까요? 하느님께서 판화 찍어내듯이 우리를 똑같이 만드셨습니까? 똑같은 모습을 가진 내가 수십 명 있을까요? 아닙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나뿐인 나를 만드셨습니다. 하나뿐인 개성 있는 ‘나’라는 명품을 만드신 것이지요.

예전에 우표를 수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우표 중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문제가 있는 우표였습니다. 연도 표시를 잘못해서 연도 숫자 위에 둘 줄의 취소선이 그어져 있는 우표였지요. 분명히 잘못 인쇄된 우표입니다. 그런데도 그 가치가 대단한 것은 잘못된 우표라도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실패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나는 명품입니다. 왜냐하면 실수로 가득 차 있고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세상에 유일한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명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아끼고 보살펴야 하지 않습니까?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만 명품입니까? 내가 더 귀한 명품입니다.



십자가의 길 제9처. 예수님께서 세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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