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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함께 가야 할 사랑과 율법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04 조회수1,040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함께 가야 할 사랑과 율법


 

613조항이나 되는 율법을 훑어보면서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꺅!’하는 비명이 제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어찌 그리도 인간의 삶 전반을 세세하게 규정해놓았는지...뿐만 아니라 613조항이 항목 별로 새끼를 쳐서 또 다른 수많은 부차적인 규정들이 생겨나고...


 

읽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수많은 규정들을 보면서 또 다시 드는 생각 한 가지! ‘율법학자들, 참 시간도 많았나 보다!’ 어떤 항목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웃겼습니다. 어떤 조항은 너무나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웃겼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께서도 강조하셨듯이 원래 율법은 거룩하고 의로운 것입니다. 사실 율법은 한 인간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영적 안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율법을 폐지하러 오지 않으시고 완성하러 오셨다고 자신을 소개하십니다. 율법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천지가 없어지기 전까지 율법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마태오 복음 5장 17~19절)


 

율법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교회법 자체를 무시해서도 안되겠습니다. 다양한 규정들을 외면해서도 안되겠습니다. 관건은 ‘정도껏’입니다. 너무 율법만 강조한 나머지 ‘율법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되겠습니다.


 

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어쩔 수 없는 나약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눈을 잔뜩 부라리며 엄격한 기준과 잣대만 들이대지 말아야겠습니다. 정의와 자비가 함께 가듯이 율법과 사랑도 함께 가야 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율법을 만든 목적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인간의 삶을 더욱 품위 있고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 율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사는 인간 공동체 안의 공동선을 위해 율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느님 앞에 선 한 인간이 더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율법이 마련되었습니다.


 

이토록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율법이 나중에 점점 가지를 치고 늘어났습니다. 율법의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점점 백성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기로 율법이 변화되어갔습니다. 생각만 해도 짜증나고 부담스러운 계륵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런 율법의 폐해를 확인하신 예수님께서 단칼에 율법과 관련된 문제들을 명확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단순화 명료화의 달인답게 예수님께서는 확실한 선을 그어주십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 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코복음 12장 29~31절)


 

한없이 부족한 우리가 이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무슨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대단한 것, 특별한 것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한 요구를 하십니다. 좀 더 자주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 이름 부르는 것, 그리고 ‘주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사람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를 좀 더 인내하고 그를 위해 조금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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