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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5 토/ 거룩한 관계 맺기와 위치 설정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05 조회수813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순 3주 토, 루카 18,9-14(16.3.5)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8,14)



The Parable of the Pharisee and the Tax Collector -James Tissot





거룩한 관계 맺기와 위치 설정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는 하느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녔고, 기도와 단식을 규칙적으로 하고, 십일조도 꼬박꼬박 바치는 열심한 신앙인이었으며, 남을 해치지 않고 사는 흠잡을 데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18,11-12). 그런데 그는 하느님께 감사드리지만 실은 자기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관계의 출발점을 하느님이 아닌 자신에게 두었고, 결국 하느님을 자기 선전장의 구경꾼으로 전락시켜버린 것입니다.

바리사이는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주인으로 착각함으로써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합니다.”(18,9) 그렇게 그는 겸손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처지로 자신을 내몰면서도 비참함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나는 어떻습니까? 때때로 드러내놓고 또는 자랑이 아닌 듯 포장하며 은근히 자기 자랑을 늘어놓지요. 그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어는 ‘나’입니다. 내가 뭘 했는지를 늘어놓는 것입니다. 그게 교만입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악습과 죄를 즐기면서 그분을 못박고 있으니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실상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고, 모든 언어를 해석할 수도 있고, 천상일을 꿰뚫어볼 정도로 예리하고 명석하다 해도 이 모든 것을 자랑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매일 지는 일을 자랑할 수 있을 뿐입니다.”(성 프란치스코, 권고 5)

바리사이의 또 다른 문제는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세리와 비교를 통해서 몹쓸 ‘비교우위’를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비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교의 기준점이 문제였습니다. 곧 하느님을 자신과 비교하는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는 약한 동료 인간을 기준점으로 삼는 악을 저지릅니다.

하느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세상 것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자만에 빠져 남을 업신여기고, 자신이 못하다고 여기면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비교의 기준점을 하느님께 두는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더 낫든 못하든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보다 나은 점들에 대해서는 감사드리며 되돌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더욱 더 하느님께 의탁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세리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비록 죄인이었으나 겸손하게 성전 ‘멀찍이 서서 가슴을 치며’(18,13) 자비를 청합니다. 그는 하느님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바로 설정했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가 고개숙인 성전 밖, 그곳이 참 성전인 셈입니다.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위치 설정을 잘못하는 교만과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더 낮춰야겠습니다.

나아가 바리사이가 세리와 비교한 것은 단지 세리 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악을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바리사이는 영혼의 병을 앓고 있는 약자와 자신을 비교하여 자랑함으로써 이웃의 존엄을 멸시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공동선이나 연대를 통한 인간 존중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하느님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섬김으로써 제자리를 되찾고, 나약한 형제자매들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과 비교하는 올바른 관계 맺기를 통하여, 주님의 십자가만을 자랑하며 선이신 하느님께 나아가는 복된 회개의 날이 되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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