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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조건 없는 참된 사랑과 용서만이 / 사순 제4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06 조회수717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세상에는 두 가지 인간관계가 있다나. 하나는 깨어질 수 있는 관계, 또 하나는 깨어질 수 없는 것일 게다. 이를테면 직장의 사장과 직원은 언제나 깨어질 수 있다. 이는 서로 이해타산에 따라 결합되거나 강제로 구속되는 경우이니까. 곧 계산적이거나 강압적인 관계일 테니까. 반면에 부모와 자식은 결코 깨어지지 않는 관계이리라.

 

아무리 연을 끊는다 해도 자식인 이상 어디까지나 자식이다. 이 관계는 어떤 계산에 따라 결합된 것도, 강제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의 작은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었다. 그는 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굶어 죽을 정도의 알거지가 되자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할 관계임을 만 느꼈다. 그렇지만 그 아버지는 끝내 깨지 않았음을 보인다.

 

저 멀리 돌아오는 아들을 미리 알아본 아버지는 달려가 아들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들은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기를’ 바랐지만 아버지는 죽었던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며 잔치를 베푼다. 곧 아들은 여전히 깨어질 수 있는 관계인 종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깨어질 수 없는 관계인 아들로 여겼다.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는? 결코 깨어질 수 없으리라. 아무리 큰 죄로 오랜 기간 떠났다 해도 결코 당신 사랑에서 제외시키지 않으실 게다. 아무리 원망하며 당신과의 관계를 끊으려 해도, 우리를 당신의 사랑에서 내쫓지 않으시고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리라. 그분은 우리와 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곧 아버지이시기 때문일 게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아버지이기에. 재산을 물려받자 곧바로 객지로 떠난 작은아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가출이었다. 돈을 손에 쥔 그에게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까운 돈을 물처럼 다 써 버렸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재산을 달라고 했을 때 ‘몽땅 날릴 것’을 알았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후에 정신 차리고 돌아올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식 농사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일이다. 부모 마음같이 움직여 주지를 않는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잦은 잔소리와 강요, 심지어는 윽박지르는 호통에도 이 일 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처럼, 부모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사 공통된 부모님의 고민거리이다.

 

아버지의 예상대로 돈이 떨어진 작은아들은 힘이 없었다. 돈 힘이었기에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이 비참함을 체험할 때 은총은 시작된단다. 작은아들은 처참한 상황에서 비로소 아버지를 떠올리고 집으로 갈 것을 생각한다. 그는 비굴의 순간, 이 배고픔에서야 자신의 품위가 사라지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손상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태도는 의당히 다르다. 아버지는 아들이 아직도 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도 늘 가엾은 마음을 가지셨다. 언제라도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 맞출 자세이다. 이렇게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비록 방탕하여도 아들인 게다. 이 관계는 훈련을 받는다고 얻어진다거나, 아니 그 어떤 조건에서도 결코 깨어지는 게 아니다.

 

하느님 마음도 바로 부모의 이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 그분께서는 늘 안타까움으로 우리 잘되도록 가르치고 설득하시며, 때로는 강하게 꾸짖으시지만 우리는 그 마음 다 헤아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되찾은 아들의 비유는 결국 가족이 함께하는 화합의 잔치로 갈게다. 가출한 아들의 방탕함도, 오만한 큰애의 그 고집도 아버지 사랑에 녹으리라. 당신께 돌아오기를, 당신 말씀대로 살기를 그토록 바라시기에.

 

우리 신앙인은 세월 따라 믿음의 생활이 더하여지면서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차게 더 깨닫게 되리라.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분을 향해 멀어진 발걸음을 그분께로 되돌리자. 그러면 기쁨을 가눌 길 없어 무조건 용서하고 받아들여 주시는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게다. 그분의 조건 없는 ‘참된 사랑과 용서의 체험’으로 이웃과 늘 함께한다면 하느님은 더욱 더 기뻐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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