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가 믿는 하느님, 나를 믿으시는 하느님
예수님이 하시는 일마다 사사건건 당대의 유다인들은 반발하였습니다. 주님과 충돌하는 이들이 속출했습니다. 도대체 전통도 무시하고, 도대체 여론과 상관없이 제멋대로이고, 도대체 안식일을 걸핏하면 어기는 예수를 곱게 볼 수 없는 유다인들이 많았죠. 예수님은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34)이셨던 것이죠. 이쯤 되면 대충 타협하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으련만 끝까지 예수님은 굴하지 않으셨죠. 피곤을 자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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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는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이 필요합니다. 굽신거리면서 눈치볼 필요가 없습니다. 가득한 용기와 꺾이지 않는 신념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이내 세상의 의견들이 엄습하고 압도하기 때문이죠. 아버지께서 맡기신 일, 스스로 하는 일이 아니라 위임받은 일을 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내적 확신입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을 하고 있다는 충만한 마음! 우리에게 두 가지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철저한 믿음, 그러나 그것뿐이라면 반쪽짜리죠. 또 하나의 믿음, 그것은 그 하느님께서 나를 믿으시고 나를 들어 쓰시며 나를 통해 일하신다는 믿음입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께서 놀랍게도 나를 믿으십니다.
남상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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