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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11 조회수1,409 추천수14 반대(0)

본당에 있을 때는 봉성체를 자주 다녔습니다. 한 달에 한번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성당에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한 봉성체가 있었습니다. 그분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중풍으로 20년 넘게 투병중인 형제님과 형제님을 지극성성으로 돌보시는 자매님이 기억납니다. 중학생 딸에게 뇌종양이 생겼고, 딸은 학교가 아니라 병원엘 오가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딸을 걱정하며 눈물 흘리던 자매님도 생각납니다. 고령과 노환으로 하루 종일 집에 계셔야 하는 어르신들도 생각납니다. 제가 찾아가면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때로는 병원으로 가기도 했고, 요양원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봉성체는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것입니다. 사제 생활의 보람이 있다면 봉성체가 으뜸입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교구청에 있으면 봉성체를 다닐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주에는 다행히 3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봉성체 가방을 들고 사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도를 해 드리고 왔습니다. 협착증으로 다리가 저린 분,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걱정하시는 분, 피부암으로 투병 중인 분들을 만났습니다. 기도를 하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고백성사를 해 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현장체질이셨던 것처럼, 저도 사무실 보다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쉬운 것은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하늘을 보고, 꽃을 보고, 사람을 보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조금 어려운 것은 지식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지식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보는 의사는 지식의 눈으로 봅니다. 증권의 시세를 보는 증권 전문가 역시 지식의 눈으로 봅니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논설위원도 지식의 눈으로 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지혜의 눈으로, 깨달음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부처님, 노자, 장자, 공자는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비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비움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인과 예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런 안목은 오랜 동안 수행을 하고, 기도를 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향 사람은 단순히 시력으로만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의 시력은 노안, 근시, 난시 등으로 나빠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혜안은 탐욕, 시기, 욕망, 원망 때문에 흐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비틀어지게 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람들에게 힘을 뺏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부님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신부님께서 신발을 벗었는데 냄새가 심했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은 코를 막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이게 무슨 냄새냐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의 말이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었습니다. ‘오늘 일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하루 종일 신자들과 만나면서 열심히 일을 했기에 발에서 냄새가 난다고 이해하시는 신부님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우리의 이웃과 하느님께 어떤 다리를 놓아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정과 비난의 다리는 분노와 미움을 키우게 됩니다. 칭찬과 긍정의 다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비난과 부정의 다리가 있다면 그것을 치워버리고 칭찬과 격려, 긍정과 사랑의 다리를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을 보셨던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신앙의 눈, 믿음의 눈,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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