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16 조회수1,499 추천수12 반대(0)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인은 인심을 쓰는 것이고, 손님은 더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모습은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시속 200킬로가 넘는 차를 타면서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알파고에게 내리 3번을 졌지만 이세돌 9단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세상을 기계적으로, 원칙적으로 사는 것은 멋과 맛이 덜한 것 같습니다. 동양화의 멋은 빈 공간이 많은 여백이 있어서인 것처럼 세상을 살면서 옆도 보고, 뒤도 보고,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에 아론의 집에서 레지오 단원을 위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3시간 강의를 하고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담당하는 형제님께서 제게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주일이니까, 마침 미사를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일이고, 저도 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좋다고 답장을 보내드렸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미사 준비를 하는데 담당하는 형제님께서 다른 부탁을 하였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3월에 아치에스행사를 해야 하는데, 미사 중에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성모님께 레지오 단원들의 신앙을 다짐하는 행사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도 아치에스행사를 했었기 때문에 역시 좋다고 하였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형제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형제님께서 제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저의 부탁을 꼭 들어 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긴 머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함께 하였던 일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1991823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첫 본당에서 3일 만에 저는 열병으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저와 같은 증상으로 입원하신 분들 중에는 세상을 떠나신 분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치료와 어머니의 정성어린 간호로 저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사제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남은 삶은 으로 주신 것이구나! 덤으로 사는 삶이니 늘 감사할 일들입니다. 덤으로 사는 삶이니 조금 손해를 본다고 해도 화날 일이 아닙니다. 덤으로 사는 삶이니 저 역시 남들에게 나누어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의 공로와 본인의 노력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하루만 살아도 흑자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리운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결국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진리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진리는 꼭 철학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진리는 과학적인 공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버리고, 비우면 보이는 것이 진리입니다. 베풀고 나누면 깨닫는 것이 진리입니다. 이제 곧 볼 수 있는 어린 새싹은 희망의 진리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구원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니 이처럼 큰 행복과 은총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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