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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18 조회수2,286 추천수15 반대(0)

엠이모임을 마친 후, 늦은 시간에 교구청으로 돌아왔습니다. 명동 성당 문을 닫는 직원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모두들 명동 성당에서 나오는 시간에 명동 성당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어 본 것입니다. 밤이어서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었고, 새로 오신 직원이어서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고, 직원께서는 비로소 제가 사제인 줄 알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부산지역에서 근무하던 판사들께서 깨달음이 깊은 스님을 만나서 설법을 듣기로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지만 판사들이 온다고 하니, 거절할 수도 없어서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스님은 판사들에게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판사들은 당연히 부산지법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판사들에게 더 이상의 설법은 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판사들은 진리에 목말라서 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판사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되신 최인호 씨는 투병 중에 본당 신부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신부님 성체가 고픕니다.’ 신부님께서는 고인의 간절함을 보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의탁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성체를 영해 드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나는 그토록 간절하게 성체를 모시고 싶어 했을까?’ 늘 주어지는 놀라운 은총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지낸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하신 질문이 있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의미와 존재의 이야기입니다. ! 정말 이 세상에 살면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내가 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더 큰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의 고집과 나의 편견과 나의 자존심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에 깨달음은 더 채우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버릴 때, 나의 마음을 비울 때 그때 깨달음은 바람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편견과 오만 그리고 교만과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참된 진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가르침의 핵심은 나 자신을 버리는 것입니다. 나의 욕망, 이기심, 자존심, 명예 그것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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