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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19 조회수1,656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6년 3월 18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If you remain in my word,
and the truth will set you free."
and you will know the truth,
and the truth will set you free."?
(Jn.10.37-38)


제1독서 예레 20,10-13

복음 요한 10,31-42

 

 

?어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3일 동안 계속해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잘못 먹어서 체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요. 식사를 하지 않으면서 체기가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증세가 3일째 계속되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궁금한 사항을 모두 알려주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지요.

맹장염의 증세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체한 것 같은 느낌, 윗배와 명치에서의 답답함, 속도 약간 메스꺼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음, 식욕저하, 약간의 미열, 우측 아랫배 통증... 이런 맹장염 증세가 지금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세가 있으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되어있더군요. 맹장염이 심해지면 복막염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먼저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진찰을 받았습니다. 제게 증상을 묻고, 손으로 제 배를 만지시더니 맹장염으로 의심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씀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금 아프다고 누워있을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 피정 지도도 있고, 성지에서의 성주간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 매일 두 대씩 있는 미사를 누가 해줄 것인지도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였고, 성지에 오시는 순례객들을 누가 맞이할까 등등의 걱정이 밀려듭니다.

X-Ray와 CT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맹장염이 아니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습니다. 맹장 바로 밑에 게실에 염증이 생겨서 일어난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며칠 입원해서 염증을 가라앉히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없다고 하니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인터넷 검색을 한 뒤부터 생기게 된 수많은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 것을 떠올려 봅니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갖고 인터넷을 검색한 뒤 ‘정말일까?’라는 불안감과 의심이 생기게 되었고, 의사선생님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맞구나’라는 확신으로 변했던 것이지요. 그 과정 안에서 얼마나 많은 걱정들을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솔직히 제가 없다고 해서 피정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좋은 시간을 갖지 못하겠습니까? 또한 제가 없다고 해서 다른 신부들이 해주는 성지의 미사가 무효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바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수많은 걱정을 만든 것입니다.

아직 완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고 단정 짓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오늘 복음에 예수님을 향한 유다인들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지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과 말씀은 이제 중요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저 자기들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예수님의 모습에서 그들은 스스로 확신을 갖고 단정을 짓지요. 그래서 주님의 인성만을 볼 뿐, 주님의 신성을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주님의 모든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틀이 전부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단정 지으면 절대로 우리 곁에 다가오시는 주님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성공하는 것보다는 내 모습 그대로 살면서 시련을 겪는게 낫다(강수진).


검사를 위해 환자복 입고 누워있는 빠다킹입니다.


흥정

예전에 미얀마 여행을 갔다가 겪은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어느 관광지에 갔는데 그곳의 어느 상점에서 진열된 물건 중에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격을 물으니 10달러라고 합니다. 미얀마의 물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고, 아마도 외국인인 제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저는 “너무 비싸다.”라는 말을 한 뒤에, 그 상점을 뒤돌아 나오려고 했지요. 그러자 이 상인은 저를 쫓아오면서 8달러만 내라고 합니다. 뒤돌아서는 것만으로 20% 할인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싫다고 했습니다. 상인은 제게 얼마를 원하냐고 묻더군요. 50%를 깎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감하게 5달러라고 말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던 상인은 그렇게 하자고 말합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50%를 깎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뿌듯하던 지요. 같이 동행했던 동료들에게 힘껏 자랑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글쎄 차를 타려는데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제가 구입한 것과 똑같은 것을 1달러에 팔고 있었거든요. 흥정을 잘 해서 싸게 산 것이 아니라, 바가지를 쓴 것이었지요. 다른 동료가 상품 질이 다를 것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한껏 자랑까지 했던 저로써는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랑이 정말로 할 만한 것일까요? 자기의 틀에서만 이루어지는 자랑일 뿐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를 겉으로 드러내려는 교만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보다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의 삶이 필요합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따라서요.


미얀마의 시장.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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