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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0 조회수3,186 추천수15 반대(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성주간은 제게 더욱 깊은 묵상을 하게 합니다. 지난 2월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던 겟세마니 동산,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셨던 성당,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최후의 만찬을 하셨던 성당, 베드로가 회해했던 닭 울음 성당, 가야파의 집,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셨던 골고타 언덕, 예수님께서 묻히셨던 무덤 성당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성지순례를 통해서 신앙은 관념이 아니고, 삶이며 실천이란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책을 통해서 읽을 때와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걸어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성지순례, 특히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가보시기 바랍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몇 번 투정을 부리고, 억울함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주방 도우미 없이 지내자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빨래며, 청소며, 식사 준비를 하면서 투정을 부렸습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원망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나중에 외국에서 지낼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미리 제게 그런 준비를 시켜 주신 것 같았습니다.

본당 신부님 대신 미사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미리 이야기를 해 주지 않으셨고,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주방 자매님이 저를 깨우곤 했습니다. 늦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부득이 미사 시간에 늦곤 하였습니다.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신부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은근히 그런 모습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함께 살던 보좌 신부님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것 같아서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따라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십자가의 길에서 키레네 사람 시몬은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갔습니다. 준비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갔습니다. 베로니카는 예수님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렸습니다. 제가 만난 신자 분들 중에는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비가 엄청 온 날, 늦은 밤이었는데도 비를 흠뻑 맞으며 성당 문단속을 하고, 배수구를 치우며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하고 가던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불우한 학생들을 돕고 있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늘 익명으로 봉헌하던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정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던 분도 있었습니다.

동료가 자기 부인을 놀리고 무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바탕 하려는 순간, 본당 신부님 얼굴이 떠올라 꾹 참았다는 형제님도 있었습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시며, 사제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교회를 사랑하시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사제가 피정을 가거나 휴가를 가면 늘 성당에 들러서 수녀님을 챙겨 드리고, 사무실 직원들이 일 잘하도록 격려하며 성당 문도 열고, 성당 앞길도 쓰시던 자매님도 있었습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지내면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은 예배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렸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행복했던

그러나 괴로웠던 사나이 예수 그리스도처럼

나에게도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꽃처럼 드러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예수님께 위로를 드렸던 사람들처럼 우리들도 우리의 삶을 통해서 주님께 위로를 드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드려야 합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주님과 함께 충실하게 주어진 길을 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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