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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님 은총을 깨닫는 성주간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0 조회수2,851 추천수5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주간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이다.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생애의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부활을 맞이하도록 이끈다. 성주간은 교회 전례에서 가장 정점을 이룬다. 또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성지 축복과 행렬로 성전에 입장하여 미사를 봉헌한다.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이렇게 조롱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영광스러운 변모하셨다면 어땠을까? 그 시각이라도, 그분께서는 그렇게 하실 수도 있었는데 왜 ‘무력한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셨을까?

 

법정에 선 한 살인자가 있다. 최종 선고 직전에 주위의 시각을 보자. 첫 번째는 검사일 게다. 그는 살인자의 잘못한 점만을 뚫어지게 본다. 두 번째는 변호사이다. 검사와 대조적으로 그자의 좋은 면만을 직업상으로 한정해 부각시키리라. 다음은 판사이다. 그는 법 기준을 적용해서 판단만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이다. ‘이들의 시선’은 제삼자로 그저 참석하였기에 호기심과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면 우리 하느님은 그 살인자에 어떤 시선일까? 그분은 네 부류와는 다른 시선을 지닐게다. 그것은 마치 그자의 어머니가 지닌 마음과도 같으리라. 그녀는 자식의 잘못은 알지만, 그것을 따질 틈도 없다. 그녀에게는 자식이 당장 죽지 않게 하는 것만이 중요하리라. 아들이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대신 ‘죽고 싶은 심정’뿐일 게다.

 

예수님께서 그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들의 죽음을 오히려 당신 죽음으로 택하신 게다. 죽어야 할 죄인들을 살리시고자. 죄 많은 이를 진정 용서하시기를 바라시면서 죄도 없으신 당신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셨다. 모든 이의 고통을 안으시고자 당신 스스로 그 힘든 ‘십자가의 길’로 들어서신 것이다.

 

오늘 우리도 그 옛날의 그 예루살렘 군중과 같을 게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우리이다. 그 몹쓸 군중은 자신의 생각과 이해관계에 맞으면 두 손 들어 예수님을 환호했고, 그러지 않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등을 돌렸다. 그렇게 예수님은 제자들과 군중에게 철저히 배반당하시어 홀로 십자가의 길을 더없는 괴로움으로 가셨으리라.

 

지금의 우리 모두도 골고타 그 길을 환호하면서 예수님을 따른 그 못난 군중과 무엇이 다르랴? 그들이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도 상대방이 내 뜻과 맞지 않으면 너 언제 봤냐며 등을 돌린다. 그리고 내게 걸림돌이면 누구나 하루아침에 원수가 된다. 폭력과 죽음의 문화는 내가 관여할 게 아니란다. 사회적 약자는 생각조차 귀찮다. 그러면서 ‘나는 그 때의 그 유다가 아니겠지?’라는 마음을 겁 없이 가진다.

 

사실 살면서 누구나 억울함을 체험한다. 모든 이의 총대도 매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십자가를 홀로 지기도 할 게다. 그러나 이게 결코 헛된 일이 아닐 수도. 그분의 수난은 영원한 죽음이 아닌 당당한 부활로 온 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영광된 재림도 앞으로 반드시 있으리라고 이미 공지된 상태이다. 우리네 삶도 시련이 있다. 우리에게도 의당 ‘부활의 체험’이 주어지리라. 지금이 그 신비를 ‘묵상하는 때’이다.

 

사순 기간 우리가 행했던 회개와 보속이 오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모아진다. 하느님을 극진히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자유로이 그분의 계획을 받아들이셨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랑으로 가득 찬 온전한 자유로 자신을 바치신 것이다. 십자가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 같지만, 그분 십자가의 죽음으로 ‘새로운 질서’가 실현된 것이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고자 예루살렘 입성과 그분의 수난, 죽음을 동시에 기념한다. 당신 자신을 완전히 비워 낮추신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그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신비를 묵상해 본다. 당신의 깊은 사랑을 정녕 깨닫고, 아픔을 되돌아보는 ‘은총의 성주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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