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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어린 양의 피에 대한 책임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0 조회수1,565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5년 다해 주님 수난 성지주일


< 그자를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주시오
 >


복음: 루카 22,14-23,56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어린 양의 피에 대한 책임 >

 

  

어떤 자매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하느님은 왜 저를 만드신 거예요?”

원망의 목소리였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기 이를 대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사귈 줄도 모르고 남자들에게는 이용만 당하고 결국 혼자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나라의 보조금을 받으며 궁핍하고 외롭게 살다가 환갑의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방에서 동물의 왕국이나 보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물어보아도 어떤 누구도 하느님께서 왜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셨는지 설득력 있게 말해주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삶에서 혹시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고양이를 좋아할 때가 행복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는데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락사 시켜야만 했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좋아해주었던 고양이마저 자기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기억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것은 매우 큰 아픔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느꼈다는 것은 정말 큰 재산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기 위해 당신 아드님을 당신 손으로 죽이셔야만 했던 아픔을 또한 조금은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나를 위해 아프셨다는 것을 느끼면 그만큼 더 행복하게 됩니다. 행복하면 , 이래서 나를 만드셨구나!’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이 세상에 올 때, 이 세상에서 과연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이란 당신이 인간을 위해 죽으셔야만 했음을 절실하게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해소에서 죄를 용서받는 죗값은 바로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미사 때 너희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죄 사함은 우리의 행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을 믿는다면 더 이상 죄를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주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은 미래에 당하게 될 당신 죽음으로 참 죄인이 간음하다 잡힌 여인이 아니라 그 여인에게 돌을 들고 있는 바리사이들임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죽음으로 그 죄인들의 속내를 드러나게 만들어 그들과 함께 자폭하시는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자신을 죄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피를 흘리셔야 했음을 믿기만 한다면 더 이상 죄를 짓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를 믿지 않고 그저 쉽게 자신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고 믿는다면 다시 죄를 지을 것입니다. 죗값이 도대체 얼마인지 가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동물 한 마리를 바쳐 속죄제를 해야 했던 구약처럼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약의 속죄제라도 한 번 해 보면 또 사정이 달라집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속죄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직접 키운 아주 소중하고 흠 없는 짐승 한 마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가장 완전하고 사랑스러운 양이나 염소여야 합니다. 흠 없이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야만 할까요? 그런데 그것을 예루살렘까지 데리고 가는 것도 일입니다. 혹 길을 가다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돌아가서 흠 없는 동물을 다시 찾아 올라가야 합니다. 도착하면 양의 머리에 안수를 하며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러면 그 죄가 양에게 전가되고 양의 깨끗함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를 거룩한 교환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이제 죄를 뒤집어쓴 동물을 잡아야하는데 이것도 직접 자기가 해야 합니다.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단칼에 죽여야 하는데 목에 칼을 찔러 넣고 동맥을 끊는 것이 제일 깨끗합니다. 20분 정도 목에서 피가 빠지는 동안 양은 자신을 찌른 주인의 눈을 파르르 떨면서 바라봅니다. 발버둥도 치지 않고 부들부들 떨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젠 가죽을 벗겨야합니다. 이것도 본인이 하는 것입니다. 잘 벗겨지지 않아서 정말 사랑스러웠던 동물의 머리를 발로 밟아 뭉개면서까지 잡아당겨야 합니다. 온 몸에 피범벅이 됩니다. 그리고는 이제 각을 떠야합니다. 마디마디 잘라야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잘 잘려지지 않아 수십 번씩 내려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죄 때문에 이렇게 자신의 손에 비참하게 죽어가는 짐승을 바라보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동물을 바치는 속죄제입니다. 그러나 동물의 피로써는 인간의 죄를 씻어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죄를 지으면 또 사랑하는 짐승을 한 마리 잡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치 아브라함이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처럼 만약 내가 죄를 지으면 내가 살기 위해 내 자녀를 그렇게 도살해야 한다면, 혹은 부모님을 그렇게 도살해야 한다면 그렇게 쉽게 죄를 지을 수 있을까요? 죄를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 죄를 위해 하느님의 아드님을 그렇게 도살하는데 과연 죄를 반복해서 지을 수 있을까요? 더더욱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죄를 반복하는 이유는 진정으로 내 죄를 예수님께 뒤집어씌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해성사 때 받은 보속을 자신이 하였기 때문에 죄가 용서받는다고 굳이 생각해버립니다. 그러나 보속은 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보속 때문에 죄가 용서받는다면 예수님의 죽음을 비웃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행위로 죄가 용서받는다면 왜 예수님께서 고통스럽게 죽으셔야만 했겠습니까? 구약의 속죄제에서 나의 죄를 내가 잡을 동물에게 전가시켜야 하는데 우리 또한 끊임없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혹은 성체 성혈을 영하면서 나의 죄 때문에 그렇게 도살당했음을 믿어야합니다. 믿음이 곧 나의 죄를 전가시키는 행위이고 그 믿음이 있다는 증거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며칠 전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최대한 아버지와 함께 하기 위해, 그리고 하느님께 갈 준비를 잘 하시기 위해,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훌륭한 아버지였나를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른 분이 아플 때는 이런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돈도 시간도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무너져 내리는 몸이 나의 탓임을 느끼기 때문에 가족이 아니면 하기 힘든 노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시간은 아주 짧더라도 아깝지만 아버지께 내어드리는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게 느껴집니다. 그건 그만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께서 간음하다 잡힌 여인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마라는 말씀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주간은 바로 그분의 죽음이 나의 탓이고 나의 책임이 있음을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시기입니다. 이것이 삶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에 어떤 행위의 변화를 결심하는 것보다 유익합니다. 그저 믿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믿기 위해 노력하는 길 뿐입니다. 더 믿으면 믿을수록, 십자가에 못 박고 바랍바를 풀어달라고 한 것이 나였음을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면 양심의 자유를 누리게 되고 더 이상 죄를 지을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하며 행복하게 됩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이유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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