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1 조회수1,239 추천수12 반대(0)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2년 만에 만났지만 늘 어제 만난 것처럼 정겹고, 반갑습니다. 교복을 입고, 함께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지만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우리는 서로 많이 변했습니다. 한 친구는 30년 동안 반도체와 친구하면서 지냈습니다. 한 친구는 나무와 돌과 친구하면서 지냈습니다. 영업을 하는 친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온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모두들 어두운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뿌리를 충실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도 제가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은 듯 2차를 가자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명동으로 돌아왔습니다.

 

친구들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30년을 가족을 위해서 일을 했으니,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명예퇴직, 희망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칠레에서 살고 싶다는 친구는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 여행을 하고 싶다는 친구는 중국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합니다. 나무와 돌을 잘 만지는 친구는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친구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남은 시간들도 기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3년간 함께 지냈던 학창시절은 우리들 만남의 샘물과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학창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모두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곤 합니다. 그만큼 순수했고, 맑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태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의 샘물과 같습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과 열이 있기에 우리는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샘물과 같은 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사순시기에 우리가 행하는 자선, 단식, 기도, 희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삶이기 때문입니다.

 

연이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연을 움직이게 하는 줄이 있기 때문입니다. 줄이 끊어진 연은 곧 땅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우리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 슬픔에서 기쁨으로 변화시켜 주시는 분, 어둠에서 빛으로 향하게 하시는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신앙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와 맺어주는 줄입니다. 그 줄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구원을 향해서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때, 하느님이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삶의 중심이 되는 사람은 지금 여기에서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삶의 중심에 자신의 욕심과 야망이 보이면 그는 지금 살아있지만 죽음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온 마리아는 순수해져서 자신을 돌아볼 때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모든 것의 우선순위는 예수님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면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까 다투는 제자들, 주님께 배반의 입맞춤을 한 유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한 베드로, 권력을 이용해서 죄 없는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헤로데와 빌라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했던 군중들모두는 영원한 생명과 십자가의 희생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권력, 재물, 명예를 지키기에 바빴습니다. 삶의 중심에 하느님이 있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성주간 월요일입니다.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잊지 않고 초대했던 라자로처럼,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드린 마리아처럼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마리아는 바로 그 신앙의 줄을 마련하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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