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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낌없이 주는 마리아의 모습으로 / 성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1 조회수1,058 추천수4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주간 월요일 아침에 고요한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이 스민다. 태풍 전야의 정적과 긴장이 동시에 울린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묵상에 잠긴다. 여느 때와도 비길 수 없는 이 성주간을 차분히 지낼 준비를 하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놀라운 사건에도 그리 동요가 없다. 그 심한 괴로움에도 조용히 마리아에게 당신 발을 맡기시며 ‘죽음과 장례’를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그 모습이 부드럽기까지 하다.

 

예수님은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베타니아로 가셨다.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살려주신 라자로가 살고 있다. 거기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고 마르타는 시중을 열심히 들었다. 라자로는 예수님과 곁에 앉아 있었고, 그의 동생 마리아도 함께 했다. 사람은 관계를 맺으며 산다. 그래서 마음을 서로 헤아리려고 애쓰는 가운데 조금씩 가까워지며 깊어질 게다.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이 하나’가 되려는 것이리라.

 

그 와중에도 마리아는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가 가득했다. 유다 이스카리옷의 핀잔에도 예수님은 ‘그냥 놔두어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 말리셨다. 마리아의 이런 행동은 신앙의 증거이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봉헌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어쩜 베타니아에서의 예수님 모습에서 죽음과 부활, 섬기는 것과 섬김을 받는 게 상반되게 묘사된다. 첫 번째는 죽음과 부활이다. 죽었던 라자로를 살리신 예수님을 환영하는 잔치가 벌어졌고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닦아 드린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당신의 ‘장례’를 위한 것이라나. 사실 라자로를 살리신 직후 최고 의회에서는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한다. 라자로를 살리신 게 정작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죽음과 상반되는 부활, 아니 부활과 상반된 죽음이다.

 

두 번째는 섬기는 거와 섬김 받는 것이다. 두 번의 발 씻김이 있다. 하나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 주시고 또 다른 것은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을 씻어 드리는 거다. 예수님은 돌아가실 때가 되자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다. 그러나 마리아는 예수님의 죽음을 예감하고 비싼 향유로 발에 바르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정성스레 닦아 드린다. 그녀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신비에 참으로 깊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섬기시는 예수님과 한편으로 섬김 받은 예수님’의 모습이다.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과 맺었던 관계를 생각해 보자. 마리아는 아무리 비싼 향유라도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게 여겼다. 예수님과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졌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물론 그녀 가족은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래서 마르타는 분주했고 마리아는 이렇게 진정으로 사랑했다. 지금 우리는 마리아보다 그분의 사랑을 덜 받았을까? 아마도 덜은 아닐 게다. 모르긴 몰라도 비교도 못할 만큼 한없이 더 받았으리라. 이런 우리가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신앙생활을 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신앙은 예수님과 만나는 것이다. 변화되고자 완전한 자유의지로 그분을 만난 것이다. 이 만남은 ‘예수님을 닮으려 할 때’ 더욱 성숙해진다.

 

따라서 우리 또한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온전히 섬기며 그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자. 예수님처럼 살려고 할 때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통이 십자가이다. 예수님과 만난 인연 때문에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것이 진정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일 게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냐, 예수님을 몇 푼 동전으로 넘긴 유다냐? 은총을 누릴 성주간이다. 이 한 주간만이라도 유다의 모습은 아예 접어야겠다.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 주려는 ‘마리아의 모습’으로 살아야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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