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3 조회수2,959 추천수9 반대(0)

장충동 성 분도 피정의 집에서 미사를 하였습니다. 명동에서 지하철을 타면 두 정거장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동대문에서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주일 아침인데 모두들 열심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지하철을 타는 대신 마라톤 하는 분들과 함께 명동까지 걸어갔습니다. 걸어보니,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남산도 걷고, 청계천도 걷고, 책도 사고, 모처럼 충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당에 있으면 감히 생각하기 힘든 일들입니다. 작년까지는 신학교에서 성주간을 지냈는데, 올해는 동창 신부가 있는 본당에서 성삼일을 지내려고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교구청에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시간을 감사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두 권 샀습니다. 제목은 자극적입니다. ‘이 놈의 경제가 사람 잡네, 역사전쟁입니다. 하나는 경제에 대한 교황님의 견해를 기록한 책입니다. 다른 하나는 서구사회와 동아시아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역사인식에 대한 책입니다. 교황님은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사회제도의 문제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교회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교회 안의 예수님은 고상한 영혼을 원하시지만, 교회 밖의 예수님은 따뜻한 손길과 사랑을 원하신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교황님은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님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내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려고 자선단체를 만들고, 급식소를 지원할 때는 나를 성인처럼 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난함의 원인과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니까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이야기 합니다.’ 교황님께서도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가난한 이들을 구조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공정한 분배와 복지가 이루어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도 공산주의 자라는 오해를 받으실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병자들을 치유해 주시고, 가난한 이들을 배불리 먹여 주시고, 좋은 말씀을 나누어 주셨으면 십자가를 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 헤로데, 가야파, 빌라도와 가끔 식사도 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복음을 선포했으면 지독한 매를 맞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유다가 배반을 하지 않았을 것도 같고, 베드로가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을 것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가난한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지금 굶주리고, 목마르고, 병든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 성유축성미사, 주님 만찬 미사, 현양제대 묵상, 십자가 경배, 부활성야미사를 성주간에 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을 팔아넘길 것입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변명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분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갈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분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릴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분의 고난을 가슴아파하고,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2016년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나는 어느 편에 있을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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