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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8 조회수1,662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16년 3월 28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Do not be afraid.
Go tell my brothers to go to Galilee,
and there they will see me.

(Mt.28,10)


 

독서 사도 2,14.22-33
복음 마태 28,8-15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저는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신학교 합격 통지를 받고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어렸을 때 복사를 서면서 막연하게 신부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사춘기 때에 다른 길로 가려고도 했지만, 그 마음을 다시 돌려 신부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신학교에 들어간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너무나 기뻤지만 신학교에 들어가는 날이 가까울수록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단 한 번도 집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기도생활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던 제가 과연 신학교에서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너무나 큰 죄인 같은 내가 신학교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부족한 저의 능력에 이 교회에 큰 누를 끼칠 것만 같았습니다.

기쁨과 두려움을 함께 안고서 신학교에 들어간 첫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온기를 전혀 느끼기 힘든 방에 16개의 조그마한 침대와 옷장들이 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16명이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겁이 생겼고, 저와는 달리 다른 동료 신학생들은 모두 거룩하게만 보이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들어오자마자 대침묵이라고 하면서 말 한 마디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상태라면 일주일도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며칠간의 개강피정을 마친 뒤에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좀 살 것만 같더군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사회보다도 훨씬 재미있고 또 기쁨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어렵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 언제나 기쁨만 있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과 두려움은 늘 함께 했었습니다. 단지 기쁨만을 원하기에 두려움이 찾아올 때 이겨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여인들은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했다고 복음은 전해줍니다. 두려움은 그들이 본 기적이 너무나 놀라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은 부활에 대한 그들의 희망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감정이 다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즉, 사도들을 통해 믿음의 씨앗이 널리 퍼지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이 사도들에게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기쁨과 두려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 기쁨의 부활 역시 십자가라는 두려움이 함께 했었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을 보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만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두려움 역시 주님께서 “평안하냐?”라고 하면서 다가오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감사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향해 발걸을 재촉할 수 있습니다.

남의 부유함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지 않으며 다만 탐욕을 삼가고 오만을 두려워해야만 한다(고바야시 잇사).


28년 전, 신학교 입학식 날.


사람과 개의 차이

이런 유머를 보았습니다.

말과 개가 카드 게임을 했다. 늘 말이 이기자 개가 물었다.

“넌 어쩜 그렇게 게임을 잘하니?”

말이 비밀을 알려 주었다.

“넌 좋은 카드가 들어오면 꼬리를 계속 흔들더라.”

제가 키우는 개들을 보면 정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좋으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상태를 알 수가 있지요. 가식이 없으면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살아가면서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어려움이 없을 텐데, 사람은 도대체 모를 때가 많습니다. 지금의 상태가 좋은지, 아니면 나쁜지 알 수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개가 아니니까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제가 키우는 개인 피엘과 보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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