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4-04 조회수1,194 추천수12 반대(0)

의정부에 사시는 어머니께 갔었습니다. 명동에서 4호선을 타고, 창동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면 됩니다. 스마트 폰에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알아보니 쌍문 역에서 내려서 버스틀 타도된다고 나왔습니다. 쌍문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잠시 책을 읽었습니다.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으니 점점 서울 쪽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의정부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반대방향에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탔던 것입니다. 다행히 종로까지는 가지 않고, 미아리에서 내려서 다시 의정부 가는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밥도 뜸이 들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매사에 서두르는 습관이 때로 일을 더디게 하는 경험을 합니다.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저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하시기 때문에 다행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기 마련인가 봅니다.

 

성모님께서는 어떤 성격이셨을까요?

저와는 달리 무척 차분하신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천사의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이니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십니다. 시메온의 말을 들었을 때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가슴은 칼로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성모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들 예수님을 잃어버렸을 때도 그랬습니다. 걱정스럽게 우리가 너를 찾았단다.’라고 하셨을 때,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머물 곳은 아버지의 집인 줄 모르셨습니까?’ 성모님께서는 이때도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셨던 성모님도 그렇습니다. 모든 아픔을 가슴에 묻고, 아드님을 바라보십니다. 돌아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리시고 가슴에 품으신 성모님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면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내가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좀 더 많이 가지려고 아등바등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예전에 추사 김 정희 선생이 쓰신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山海崇深입니다.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는 뜻입니다. 그와 같은 마음이 성모님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모든 고통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성모님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이 구원 사업의 도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성모님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잔치의 즐거움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게 합니다. 예수님 또한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아시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혼인잔치를 더 풍요롭게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혼인잔치에 손님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 그 잔치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피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상에서 아들 예수님이 죽음 직전에 한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습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사도들, 그 사도들이 함께 일구어낼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파티마에서, 과달루페에서, 루르드에서 발현하셨고, 우리들 신앙인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십니다.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마음, 자신의 고통 보다는 사도들을 추스르고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성모님처럼 해야 할 일을 분별하여,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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