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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십자가란 가시를 가슴에 품을 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4-12 조회수1,512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5년 다해 부활 제3주일


< 그물을 배 오른 쪽에 던져라
 >


복음: 요한 21,1-19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십자가란 가시를 가슴에 품을 때 >

 

10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에서는 지난 2004년 프랑스 정신의학 저널 네르뷔르에 실린 논문의 내용을 조명했습니다.

2003년 일본에서 39세의 한 여자는 소원했던 파리 여행을 결심,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여자는 파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파리를 동경했던 그는 며칠 동안 밤낮으로 파리의 명소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정신 나간 표정으로 호텔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가 하면, 이유 없이 하루 종일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자신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왕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혔습니다. 결국 여자는 현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본국 일본으로 강제 소환됐습니다.

논문에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비슷한 증상으로 파리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63명의 증상이 실렸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일본에서 파리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특별한 정신병을 앓지 않았고, 발병 후 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상태 호전됐다는 것도 공통점이었습니다. 논물 발표 후에도 매년 파리를 찾아온 여행객 중 평균 10명 이상에게서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고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파리 정신과 의사 히로아키 오타는 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이 질병의 원인은 바로 파리에서 겪게 되는 충격과 실망감 때문입니다.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인 것입니다. 특히 왜 유독 일본인들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에 의문을 가졌다. 일본인들이 프랑스에 가진 환상이 유달리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히로아키 오타는 그들이 파리에서 충격을 받는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은 파리의 청결 상태였습니다.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국적인 모습을 기대한 이들에게 쓰레기가 쌓인 지하철 등 지저분한 모습을 보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의 특성도 요인이 됐습니다. 자국 문화와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큰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파리의 치안 상태 역시 문제로 꼽혔습니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을 경우 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 관광객들이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조: 티브이데일리, ‘서프라이즈파리증후군에 빠진 일본인들, 괴리감이 원인?]

 

환상이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대했던 메시아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상적인 새 다윗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버리라는 십자가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들의 실망감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는 것입니다. 파리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면 자신도 파리를 받아들여야합니다. 상대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모두 각자가 자신이 가진 가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 가서 정신질환에 걸린 일본인들은 아직 파리가 내미는 십자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파리를 만나러 갔던 것입니다.

 

한 조그만 배 위에 뱅골 호랑이와 한 소년이 함께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라이프 오브 파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들을 실고 가던 배가 난파당하면서 자그만 구명보트 안에 조랑말 한 마리와 한 인도 소년이 타게 됩니다. 조랑말은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맙니다. 그런데 그 배 위에 오랑우탄 한 마리가 간신히 타게 됩니다. 조랑말은 배 안에 있었던 한 친절한 중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랑우탄은 그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사람이 상징적인 동물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배 밑에서 하이에나가 튀어나옵니다. 그러더니 가장 약한 발목이 부러진 조랑말을 잡아먹습니다. 그 하이에나는 못된 주방장입니다. 어차피 다리가 다쳐 살지 못할 사람을 죽여 미끼로 물고기를 잡았던 것입니다. 그것도 안 되자 이번에는 오랑우탄을 죽입니다. 자기 엄마를 죽이는 것을 인도 소년이 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우람한 몸집의 하이에나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상하면 어떤 동물이든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하이에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호랑이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년이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원하여 하이에나를 죽이게 된다면 결국 자신은 작은 배를 호랑이에게 양보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호랑이를 원하고 호랑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하이에나를 죽입니다. 소년은 작은 보트를 호랑이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배에 연결된 아주 작은 뗏목에 몸을 싣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 죄를 없애고 싶다면 그리스도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분께서 요구하시는 십자가를 져야합니다. 내 자신을 그분을 위해 내어놓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십자가까지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가시를 가슴으로 껴안을 수 없다면 관계 맺을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갈릴레아 호수에서 고기잡이하는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항상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나타남은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게 될 수 있는지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오늘 그분께서 말씀하시려고 하시는 것은 바로 당신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내어놓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느냐는 것입니다. 바다에서 최고였던 인물이 바로 베드로입니다. 베드로가 고기를 잡았지만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종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그 마음 안에 주인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누구의 목소리에도 순종할 수 있도록 겸손해 졌다는 뜻입니다. 그런 상태가 바로 갈릴래아이고 갈릴래아로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은 그렇게 자신을 비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부활하신 당신을 만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분이 오시며 함께 주시는 십자가란 바로 그 십자가에 내 자신을 못 박으란 뜻입니다. 그것을 넘지 못하면 결코 그분 말씀에 순종할 수 없고 그러면 영원히 새벽빛은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어둠이 바로 우리가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야 할 우리 자신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빛과 함께 오십니다. 그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그 자존심과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을 버리기를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십일조나 기도, 성경 읽기 등을 주님께서 원하시는데도 그대로 따르고 있지 못하다면 아직 내 안에 내가 가득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317일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이미 매우 진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께서 죽음을 준비하게 해 드려야겠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혼자 묵주기도 하시는 것을 작년에야 처음 보았을 정도로 아버지께서 신앙이 대단한 분은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교 가는 것도 반대하셨고 예수님이 계시는 것을 믿느냐고 물을 때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아버지는 더 신앙이 깊어지셨겠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아버지께서 얼마 못 사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물었습니다.

아버지, 그래도... 예수님 계신 거 믿어요?”

아버지는 말을 제대로 할 힘이 없으심에도 곧바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럼, 믿지!”

그렇습니다. 이것이 믿음이고 관계입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주는 사람도 받아들인 것입니다. 죽음을 받아들이셨다면 그것을 주시는 분도 받아들인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저는 슬픈 중에서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모든 내가 원치 않는 것들까지 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그러면 곧 부활하신 그분을 만나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십자가란 가시로 우리 가슴을 찌를 수 있는 준비를 하십시오.

저희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는 당신에게 십자가를 주신 분과 함께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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