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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4-30 조회수1,042 추천수12 반대(0)

김 대건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편지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 대건 신부님께서 감옥에서 어렵게 구한 한지에 앞뒤로 쓰신 편지였습니다. 지금부터 170여 년 전에 쓰신 편지입니다. 최 양업 신부님께서 쓰신 편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순교하신 분들의 행적을 기록한 편지였습니다. 우리 교우들이 교황님께 사제를 보내 달라고 청원하는 편지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항님께서는 그 편지를 보시고, 먼 조선 교회의 신자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 귀한 교회의 문서들을 구하시기 위해 70 노구를 이끄시고, 바티칸 문서고, 파리 외방 선교회 문서고를 다니셨다는 할아버지 신부님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때로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망각하곤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쁨과 평화, 안정과 풍요로움은 바로 한 세기 전에 피를 흘려 순교한 신앙인들의 처절한 몸짓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죽음의 길을 맞으면서도 의연하게 신자들을 격려하시고, 죽는 순간까지도 하느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김 대건 신부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몸으로 조선 팔도를 다니시며 성사를 집전하시고, 말 그대로 길에서 죽으셨던 최 양업 신부님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 몸으로 박해의 엄중한 칼날을 받아들였던 순교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자리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풍요롭고 쉬워진 지금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럼에도 무슨 불평이 그렇게 많은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무슨 바람이 그렇게 많은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감옥에서 죽음을 앞두고 교우들에게 쓰셨다는 김 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편지는 너무나 안일하게 살아가는 저에게 좀 더 진지하게 살아가라는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순교자들의 삶을 하나하나 적으셨던 최 양업 신부님의 편지는 만나는 사람 한분 한분에게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라는 당부의 글로 느껴집니다.

 

예전에 레지오 단원들이 피정을 갔을 때, 신부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첫째가는 직무는 무엇입니까? 어떤 분은 출석이라고 답을 하셨고, 어떤 분은 선교라고 답을 하셨고, 어떤 분은 사랑이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기도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든 답에 점수를 주시면서 가장 정확한 대답은 자기성화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머라고 하지 않아도 출석을 하고,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교하며,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기도 할 수 있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은 성화되지 않았으면서 남을 성화시키려고 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뜻이 먼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분들을 볼 때도 있습니다.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곧 지치게 됩니다. 힘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신앙이 식어버립니다. 즐거웠던 일들도 시들해지고, 성당에 나오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재미가 없어집니다. 자신의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화된 신앙을 가진 사람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기도할 수 있으며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성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전제품도 전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 고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원이 연결되어야만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냉장고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연결될 때, 주님 곁에 머무를 때 성화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응송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희는 알아라, 주님은 하느님이시다. 그분이 우리를 지으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의 백성, 그분 목장의 양 떼라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성화된 신앙인은 박해를 받을 수 있고, 고독할 수 있으며, 십자가를 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우리를 살리는 길이고, 그 길이 영광과 부활의 길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4월의 끝날 입니다. 오늘 나 자신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5월 새날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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