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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하느님께는 진심 어린 ‘예!’를 모든 이에게는 큰 ‘미소’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01 조회수1,879 추천수8 반대(0) 신고


하느님께는 진심 어린!’를 모든 이에게는 큰미소

 

빈자들의 복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시성식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이래 가장 가난다운 가난을 참되게 살았던 가난의 성녀이십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가장 극단의 그 가난을 직접 삶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데레사 수녀님께서 평생에 걸쳐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가난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과 평생토록 동고동락했기에 수녀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동료 수녀님들은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수녀님은 분명 순교자였습니다. 수녀님께서 여행하실 때 이용하셨던 열차는 언제나 3등석이었습니다. 수녀님은 매일 지치고 배고프고 목마른 상태로 흙먼지를 마시면서 빈민가를 돌아다니셨습니다. 수녀님의 방문은 언제나 열려있었습니다. 엄청난 더위에도 선풍기 하나 없는 작은 방 좁고 딱딱한 철제 침대 위에서 주무셨습니다. 말로 표현 못 할 고통을 겪으시면서도 불평불만 한 마디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희가 큰 고통을 겪을 때 마다 수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시겠지요? 지금은 더 큰 사랑을 실천할 순간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영적지도자들과 주고받은 서한 등의 기록들을 시성청원인인 사랑의 선교회 브라이언 콜로디 척 신부님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는데, 제목이나의 빛이 되어라’(Come be my light)입니다. 놀랍게도 편지 속에는 셀 수도 없이 자주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하느님 부재 체험, 영혼의 어둔 밤에 대한 깊은 탄식과 하소연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온 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 더 큰 충격은 그러한 체험 속에서도 수녀님께서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끝까지 지켜냈다는 것입니다. 영혼의 메마름 속에서도 그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영웅적인 사랑의 사도직을 계속해나갔다는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틈만 나면 자신이 남긴 모든 기록을 태워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사려 깊은 영적지도자들은 언젠가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 필요한 자료라 여기고 많은 편지들을 보존했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콜카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한 이래 돌아가실 때 까지 약 50년간에 걸쳐, 다시 말해서 전 생애에 걸쳐 하느님 부재 체험, 영혼의 어둔 밤을 지속적으로 겪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53년 마더 데레사 수녀의 사업에 가장 큰 후원자였던 페리에 대주교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실려있습니다.

 

특별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제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를 망치지 않도록. 제 마음은 지금 가혹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제가 이 일에 나선 이후 이 같은 어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평생에 걸쳐 상상을 초월하는 영적 공허함과 싸웠습니다. 하느님 부재 체험이 강하게 느껴질 때 마다 그녀는 골고타 언덕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하느님 부재체험을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부재 체험에 대해 일말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적지도자들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콜카타의 임종 환우들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부재체험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끝까지 갈망했고 미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미소는 그녀 내면의 심연의 고통을 감추었고 내면의 골고타를 감추었습니다.

 

하느님 부재 체험으로 인해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어느 해 피정, 수녀님은 이런 결심을 세웠습니다. “하느님께는 진심 어린!’를 모든 이에게는 큰미소.”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살아생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자주명함비슷한 작은 쪽지를 건네셨는데,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침묵의 열매는 기도, 기도의 열매는 신앙, 신앙의 열매는 사랑, 사랑의 열매는 섬김, 섬김의 열매는 평화입니다.”

 

부활 예수님께서 이제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십니다. 불안해하는 제자들을 향해 자상한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달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복음 14 27)

 

 

참 평화는 분쟁이 없는 고요한 상태, 아무런 내적 동요가 없는 잠잠한 상태, 그저 잔잔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가혹한 하느님 부재체험, 오랜 영적 메마름, 깊은 영혼의 어둔 밤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하느님을 갈망하는 데서도 오는 선물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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