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봉 추모관’엘 가려고 합니다. 아버님께서는 2011년 5월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올해는 5년이 되는 기일입니다. 아버님이 제일 그리우신 분은 어머니이실 것입니다.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이 많으셨고, 아버님께 대한 기억이 가장 많으시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아버님을 그리워하는 가족은 동생 수녀님일 것입니다. 시간이 되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곤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대천 요나의 집, 속리산에도 갔었고, 지리산에도 갔었고, 제주도’도 몇 번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동생 수녀님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갔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많은 그리움이 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버님과 함께 한 기억들이, 추억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아버님을 무척 어려워하였습니다. 마치 커다란 산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책을 읽으시면서, 붓글씨를 쓰시면서 말없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알려주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즐겨한다면 그것은 아버님의 가르침일 것입니다. 사제가 되어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자주 가지 못하였습니다. 기억에는 연중행사로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먼 외국 여행은 기꺼운 마음으로 다니면서, 지하철로 50분이면 갈 수 있는 부모님께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어머님을 모시고 아버님께 가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아마도 며칠 전부터 아버님 생각이 마음 가득하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사제가 찾아오는 모습을 보시는 아버님께서는 천국에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꽃들이 만발한 5월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아버님께서는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 기일을 맞이해서 꽃구경을 시켜주시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증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성령께서 오시면 예수님을 증언해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증인’이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홀로 우뚝 서서 과거의 화려함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먼 옛날 중국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글은 백성을 사랑하였던 세종대왕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부착된 마크는 자동차의 힘과 기능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박해를 이겨내는 굳건한 신앙을 ‘증언’하였습니다. 모진 박해를 당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순교하였습니다. 그분들의 ‘증언’이 있었기에 오늘 한국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3가지의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첫째는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계명에는 하지 말라는 것과 하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키는 것은 소극적인 신앙생활입니다. 하라는 것까지 지키는 것이 적극적인 신앙생활입니다.

두 번째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기도를 바쳤습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도, 저의 아버지께서도 밥은 먹지 않아도 기도를 게을리 한 적은 없습니다. 신앙은 기도의 힘으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전교하는 것입니다. 박해의 시기에도 신앙의 선조들은 복음을 전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옹기를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잡혀서 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우리들에게 당부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나의 증인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